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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종 선언’ 바다사자 사채, 새 먹이로 그냥 두나
비양도에 나타났다가 숨진 채 떠밀려와 옮길 방법 없어 열흘째 방치…“연구에 활용해야”

국내에서 멸종됐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바다사자가 기적처럼 제주도 해안에 나타났지만 얼마 못 가 숨진채 발견됐다.

바다사자는 지난달 27일 오후 4시께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연안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암반 위에 올라앉아 쉬고 있는 것을 순찰하던 전경이 처음 발견했다.

그뒤로 자취를 감췄던 바다사자는 2주가량 지난 9일 비양도 해안가에 다시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엔 숨진 채였다.

사체는 밀물 때 뭍으로 올라왔다가 무게 탓에 파도에 쓸려가지 않고 자갈밭 위에 자리를 잡았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이 몸 길이를 재보니 꼬리까지 236㎝, 뒷다리까지 포함하면 276㎝였다. 몸무게는 300㎏가량으로 추정된다.

바다사자의 사체는 뭍으로 올라온 지 열흘이 지났지만 안타깝게도 아직도 그 자리에 누워있다. 부패가 계속 진행되는데다 몸 곳곳에는 갈매기가 물어뜯은 상처가 났다.

희귀종인 바다사자의 사체가 이렇게 방치되는 것은 엄청난 무게와 외딴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옮길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사체가 있는 자갈밭 주변은 차량이 접근하기 어렵다. 대형 선박에 크레인을 싣고 옮겨볼 수도 있지만 인근 해안에 암초가 많아 함부로 배를 댈 수도 없다.

해양경찰은 불법 포획이나 훼손 등을 의심할 만한 흔적이 없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체를 한림읍에 인계했다. 수산자원관리공단은 읍의 협조를 받아 울산에 있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에 사체를 보낼 계획이었지만 비용과 방법이 없어 애만 태우고 있다.

수산자원관리공단 김병엽 박사는 “비용도 문제지만 바지선을 띄우기도 힘든 곳이어서 경찰 헬기라도 빌려다가 연구에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다사자가 매우 드물게 발견되는 만큼 사체라도 연구 가치가 매우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고래연구소 박태근 박사는 “국내에서는 바다사자에 대한 연구가 거의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며 “유전자 분석을 위한 샘플 채취는 물론 전체적인 골격 구조를 조사하거나 위 내용물을 통해 먹이습성을 연구하는 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다사자가 는 2000년대 들어 사람의 눈에 띈 적이 두어 번밖에 없다. 2008년 삼척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죽어있는 것을 어민이 발견했고 2010년에는 울진 연안에서 큰바다사자로 추정되는 개체가 목격됐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은 큰바다사자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바다사자는 법적인 보호를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됐다. 환경부가 지난달 멸종위기종 목록을 재정비한 야생동ㆍ식물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바다사자 종의 멸종위기종 지정을 해제했기 때문이다.

독도바다사자의 경우 한때 복원사업이 추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아 멸종한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큰바다사자는 동해에서 드물게 발견되기는 하지만 표류해서 떠내려오는 것일 뿐 주기적으로 우리나라에 도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환경부의 판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큰바다사자의 경우 멸종위기종보다는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아직 입법예고 단계인 만큼 지정 해제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더 검토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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