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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 ‘이사 품앗이’…연세대 ‘무빙 위크’
“상자를 하나씩 트럭 위로 올려주시면 됩니다. 무거운 것부터 같이 들죠. 서로 도우면 금방 옮길 수 있어요.”

지난 9일 연세대학교 기숙사 앞은 짐을 나르는 학생들로 분주 했다. 겨울 바람이 옷 속 깊이 스며들만큼 추웠지만 학생들의 이마엔 어느샌가 송글 송글 땀이 맺혔다. 이들은 연세대 총학생회와 주거문제해결을위한청년모임 ‘민달팽이유니온(민달팽이)’ 소속 학생이다.

연대 총학생회와 민달팽이는 본격적인 대학가 이사철을 맞아 2월 한달을 이른바 ‘무빙위크(moving week)’로 지정하고 이사 비용이 부담스러운 학생들을 위해 ‘이사 품앗이’를 시작했다. 학교 기숙사나 인근에서 자취 혹은 하숙을 하고 있는 연세대 학생들 중 혼자 이사를 진행하기 부담스러운 학생들을 위해 트럭과 수레 등을 이용해 이사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7일에 시작해 오는 28일까지 총 8회 진행된다.

9일 기자가 직접 학생들과 함께 이사를 도왔다. 이날 이사를 신청한 학생은 김모(21)씨와 공모(21)씨. 연세대 기숙사에서 서울 연희동 원룸촌으로 이사를 가는 여학생들이었다. 학생회에서 대여한 1톤 트럭이 기숙사 앞에 도착하자 학생들은 미리 포장을 해두었던 10여개의 상자를 들고 나왔다. 전공서적 및 각종 살림살이가 들어 찬 상자는 남자 혼자 들기에도 부담스러운 무게였다. 허나 학생회에서 지원을 나온 남학생 2명과 여학생 1명, 그리고 이사를 신청한 여학생 2명이 함께 힘을 모으니 10분도 채 되지 않아 짐을 다 옮길 수 있었다. 



고작 4㎞남짓한 거리지만 학생 홀로 이사를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이삿 짐을 옮길 용달차 한대를 대여하려면 평균 6-7만원이 필요하다. 포장 이사를 하면 비용은 두배 이상 뛴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에겐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이날 이사를 도운 연대 총학생회 임원 유상진(20ㆍ노어노문학과)씨는 “공동이사는 일단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이사할 때 업체에 의뢰하면 돈이 많이 든다. 또 친구들한테 부탁하기도 쉽지 않다. 학생들의 그런 불편을 조금이나마 해결해주고 싶어 프로그램을 기획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력 등의 한계상 무빙위크는 연세대 주변지역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학교 기숙사 내에서 이사를 하거나, 학교 인근 자취나 하숙집으로 이사를 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기숙사 신청 순위가 밀려 인근 원룸촌 등으로 집을 옮기는 경우 등이 대다수다.

반응도 좋다. 현재까지 20여건의 이사 신청이 접수된 상황이며, 학기가 다가올 수록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학생회는 예상하고 있다. 김규일(21ㆍ정치외교학과)씨는 “조만간 학교 인근 원룸촌으로 이사를 갈 예정이다. 콜밴이나 용달차를 부르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사업 초기라 시행착오도 적지 않다. 9일 이사 당시 용달차 한 대 만으로는 이사를 도울 학생들을 모두 태울 수가 없어 일부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목적지까지 이동해야했다. 도로교통법상 트럭 뒤에 사람이 탑승할 수 없다는 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일부 학생들은 도착이 늦어져 이삿짐을 트럭에서 내리는 작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학생회 관계자는 “사람만 태울 차량을 더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또 재활용 등의 방법을 통해 포장용 상자 구입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수진ㆍ정주원 기자> / joowon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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