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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는 왜 빵을 자르나
베이커리·커피숍 등 프랜차이즈에 선전포고…‘골목상권 보호’뒤 숨은 의미는
재벌3세 기업윤리·도전정신 실종 비판

가맹점 창업자 피해 등 중소상인 보호

현정부 심판론에 국민 달랠 ‘대증요법’


“경주 최부자 가문은 흉년이 들 때 땅을 사지 않도록 해 존경을 받아 왔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시작된 빵집, 커피숍 등 소위 ‘골목상권’에 대한 정부의 칼이 매섭다.

이 대통령은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이때 대기업이 소상공인의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말했다.

특히 참모에게 최근 대기업의 행태에 관해 상당히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이 대통령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주군의 말 한마디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랴부랴 커피 프랜차이즈에 대한 대대적인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최근 열린 ‘서민생활대책점검회의’에선 불법 다단계와 불공정 약관, 가맹점 창업자 피해 등 3대 분야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다.


이들 모두 칼 끝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과 관련된 것이다. 얼핏 보면 다단계니 가맹점 창업자 피해 등은 대기업과는 연결고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의 속내를 보면 이 모두는 대기업으로 모아지고 있다.

조롱과 존경이라는 두 개의 엇갈린 시선에 가로놓인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4ㆍ11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좌클릭’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재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삼성 등 대기업이 즉시 빵집 퇴출 등의 선언을 하며 바짝 엎드린 것만 봐도 그렇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9년 만에 처음으로 결의문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요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생계형 자영업자가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에선 여전히 재계의 움직임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 일부에선 청와대의 시각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말까지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를 자처하던 이 대통령은 왜 빵집과 커피숍 등 작은 문제(?)로 대기업을 압박하고 있는 것일까. 정치권에서 줄곧 얘기되고 있는 버핏세, 출자총액제한제도, 순환출자 등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면서도 빵집에는 그토록 비분강개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엔 두 가지 엇갈린 측면이 깔려 있다. 청와대의 시각에선 빵집 문제를 ‘기업가정신’과 ‘기업윤리’로 연결되는 근본적인 문제점이라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청와대의 시각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좀더 명확해진다.

“최근 이 대통령의 말씀을 두고 오해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청와대의 시각은 재벌 3세가 기업가정신, 도전정신을 잃어버렸다는 데서 출발한다.”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는 골목상권을 키운다. 그런데 지금 대기업의 프랜차이즈는 일종의 다단계 한탕주의다. 한번에 매장을 확 늘려서 돈을 땡기고 그 브랜드가 어떻게 되든 상관 안하는 구조다.”

“재벌 3세라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매장을 1000개씩 늘려서 선수금으로 일단 돈부터 걷어들인 다음 (매장을 차린) 사람들 망하든 말든 자기만 챙기고 뜨는 식이다. 아주 놀부(프랜차이즈)보다도 못하다.”

사석에서 한 말이라고 하더라도 직접적이며 공격적이다. ‘부(副)의 권력’이 3대로 넘어오면서 기업가정신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기업가정신 실종도 모자라 “외국에서 편하게 공부하고 자란 웰빙세대답게 편하고 쉽게 돈을 벌려 한다”는 것이다.

그의 혹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외국 유명백화점과 달리 변변한 PB(자사 브랜드) 상품이 없는 우리나라의 백화점을 두고는 ‘부동산 임대업’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2007년 신세계백화점이 죽전점을 오픈할 당시 샤넬을 입점시키기 위해 임대료는커녕 오히려 돈을 주고 모셔왔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이를 두고 “세계 명품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게 무슨 백화점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재계의 발빠른 대처는 이와 거리가 멀다. 빵집 철수라고는 하지만 사실 찬찬히 뜯어보면 서민생활과 직접 연계될 수 있는 빵집은 아니다. 매장도 거의 없는 빵집이다. 대기업이 빵집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청와대가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공정위의 커피 프랜차이즈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서민생활안정대책점검회의에서 나온 가맹점 창업자 피해 점검 등이 청와대의 의중이 실려 있다고 봐야 한다.

다른 측면에서 이 사안을 보면 빵집만큼 대증요법(對症療法)도 없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현정부 심판론’으로 몰고가는 현 상황에서 정부로선 대증요법이 절실하다. 서민의 피부에 직접 와닿는 정책이 아닌 이상 현정부 심판론으로 흐르고 있는 물꼬에 변화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시대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오로지 ‘경제성장’을 외치는 것도 시대정신과는 동떨어져 있기도 하다. 청와대가 계속해서 학교폭력이니, 골목상권이니, 일자리 나누기 등에 심각한 목소리를 보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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