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투데이>벼랑끝에 몰린 김효재
양파는 껍질을 한 꺼풀 벗겨낼 때마다 매운 냄새가 코끝을 후벼파곤 한다. 최근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는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은 꼭 양파 껍질을 벗겨 내는 것만 같다. ‘양파’(돈봉부 살포 사건) ‘껍질’(막후 관계)을 벗겨내면 낼 수록 칼 끝은 김 수석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면식도 없다” “억울하다”며 줄곧 강하게 항변하던 김 수석이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끝에 내몰리고 있다. 고승덕 의원에게서 300만원을 돌려받은 고명진씨가 갑작스레 김 수석을 향해 독설을 쏟아내며 돈 봉투 살포의 윗선으로 지목하면서 더 이상의 변명도 무색하게 됐다. 고 씨는 또 “책임 있는 분이 자기가 가진 권력과 아랫사람의 희생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김 수석에게 모든 짐을 지우고 있다.

지난해 말 고 의원이 돈봉투 전달자로 본인을 지적하자 김 수석은 “말 한마디 나눈 적 없다”고 부인 했었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과 함께 화를 내기도 했었다. “나 아직 죽지 않았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전 김모 은평구의원이 검찰 수사에서 서울 당원협의회 간부들에게 2000만원을 건네려 한 사건의 장본인으로 자신을 지목했을 때에도 “검찰에서 진술했다는 김모 은평구의원도 알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항변에서 항변으로 이어지는 말의 향연은 그러나 점차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변하면서 김 수석을 애써 옹호하던 청와대도 상황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김 수석과 청와대 모두 굳게 입을 다물고 사태 추이를 보고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이제 검찰의 김 수석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현직 청와대 정무수석이 검찰에 불려가 수사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김 수석 스스로가 ‘사퇴’ 카드를 꺼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더 이상 ‘주군’(이명박 대통령)과 ‘집’(청와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산저축은행 로비 혐의로 구속 중인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해 9월 검찰로부터 소환통보를 받자 그날 저녁 곧바로 사표를 던졌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문제는 양파는 껍질을 다 벗겨내더라도 그 잔해와 냄새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김 수석이 결단을 내려 물러난다고 하더라도 후임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을 수 뿐이 없다. 4ㆍ11 총선과 12월 대선 등 선거를 앞두고 여야 관계가 복잡한 상황에다 임기말이라는 점만보더라도 마땅한 후임자가 없다. 게다가 김 수석이 남긴 상처는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던 이명박 정부로서는 치유하기도 힘들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