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지난 17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석패율제’ 도입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자유선진당과 통합진보당 등 다른 야당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섬으로써 향후 석패율제 실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석패율제는 일본에서 최초로 시작된 제도로 특정 정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에 다른 정당 후보가 출마했다가 아깝게 낙선했을 때 이를 구제해 비례대표 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석패율 제도를 통해 지역주의가 강한 영ㆍ호남 지역구에도 라이벌 당 의원들이 지역구 의원처럼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지역주의 해소의 발판으로 이 제도가 활용될 수 있다는 취지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특정 정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에 출마한 후보는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도 함께 포함시킬 수 있다. 현재 지역구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비례대표 후보가 될 수 없었지만 석패율 제도를 통해 중복 등록이 가능토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패율제는 각 시ㆍ도별 국회의원 당선자 수가 그 지역 전체 지역구 수의 3분의 1에 미달하는 정당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또 그 지역에서 10% 이상의 득표율을 올린 후보만 석패율제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만약 해당 비례대표 후보 순위에 자격 요건을 갖춘 후보가 하나도 없거나 그 지역 의석 수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해 석패율제 적용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경우는 후순위 비례대표 후보가 이를 승계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취지에도 불구하고 석패율제를 바라보는 다른 야당들의 반응은 곱지 않다. 선진당은 이 제도로 인해 양당주의가 더 심화될 것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정개특위 위원인 류근찬 선진당 의원은 “두 당은 지역주의 완화라는 대의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그 진짜 목적은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 구제”라며 “석패율제를 만든 일본에서조차 계파정치의 산물로 비판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도 “석패율제는 한나라당 수도권 중진과 호남의원 위한 제도”라면서 “한나라당 호남진출, 수도권 중진 기사회생, 영남 야권연대 저해, 비례 취지 퇴색시킨다. 합의 깨야 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했다.

그외에 진보신당도 논평을 통해 “석패율제 합의는 한국정치를 3김시대로 돌리는 구태정치의 폭거다. 현 비례대표 선거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진보정당과 신생정당을 역차별하는 악법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소정당의 반발에 정개특위도 숨을 고르는 분위기다. 정개특위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석패율제도에 대해서 (저희가) 각당에 제안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부언론에서 앞서간 보도가 나왔다”고 말했고 민주당 간사 박기춘 의원도 “정개특위는 근본적으로 여야 합의 안 되면 통과되기가 어렵다”며 “특정한 정당이 피해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정개특위는 오는 26일 소위회의를 열고 31일 전체회의를 개최해 석패율제 도입 여부를 다룰 예정이다.

<양대근 기자 @bigroot27> 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