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에를 연주할 때 제일 중요한게 ‘리드’라는 부분이거든요. 만들어진 리드를사서 쓰는 연주자도 있지만 저 처럼 일일이 만들어 쓰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항상 연장을 갖고 다니는 데 그날 따라 기내 가방에 넣어 둬 검색대에서 걸린거죠”
리하르트라우쉬만 국제 오보에 콩쿠르 1위, 차이콥스키 음악권 국제 관타악 콩쿠르 1위 등 유럽 관악 콩쿠르 최연소 우승을 휩쓸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오보이스트 함경(20). 그를 독일 출국 하루 전 만났다. 오는 3월 8일 금호아트홀에서 무대에 오를 계획인 함경은 젊은 오보이스트의 일상과 소소한 에피소드, 자신이 걷고 있는 길에 대한 생각을 차분히 이야기했다.
“사실 연습하는 거 보다 리드 만드는 것이 더 신경쓰이고 힘든 것 같아요. 장인 정신이 필요한 작업이거든요”
오보에의 소리를 결정하는 것은 ‘리드’라는 부분이다. 함경은 리드를 만들 때 한번에 완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매일 조금씩 깎고 다듬는다. 자신의 호흡과 어울려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모양새를 만들어간다. 보통은 3일에 걸쳐 리드 하나를 완성한다. ‘정성’이 깃들 수 밖에 없는 악기다. 그 자체가 연주자에게는 ‘수양 쌓는 것’과 다름없겠다고 말을 건네니 실제로 그렇단다. “중요한 연주회를 앞두고는, 리드를 깎고 다듬을 때 더 정성을 들이죠. 저한테는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는 시간도 되고요” 그는 친구들이 집에 놀러와서는 ‘목공소’같다고 농담을 한다며 그가 쓰는 ‘리드’를 직접 보여줬다.
오보이스트의 집에는 남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 의자나 탁자 등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실’을 쉽게 발견 할 수 있는 것. 이 역시 리드의 중간 부분을 묶을 때 쓰는 것이 바로 ‘실’이기 때문이다. 함경은 주로 파란색 실을 쓴다고 했다. “파란색을 좋아하기도 하고 저한테 행운을 주는 색깔인 것 같아서요” 연주자에게 행운의 징표같은 게 있다면 함경에게 그것은 ‘파란색 실’이었다.
발랄하다기 보다는 한 마디 한마디를 내뱉는 데 신중함을 보이는 스무살 청년. 좋은 소리를 내기 위에 얼마나 많은 리드를 섬세하게 깎고 다듬었을지 생각해보면 그의 신중함은 몸에 밴 습관이 아닐까 싶었다.
함경은 12살때 처음 오보에를 손에 잡았다. 그가 연주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아버지는 오보이스트 함일규 중앙대 교수이고, 어머니는 비올리스트 최정아씨다. 형 함훈씨도 플루트를 전공하고 있다. 왜 하필 ‘오보에’냐고 묻자 “오보에는 어릴 때 부터 익숙하게 접하던 악기였어요. 부모님께서는 어떤 악기를 연주하라고 권하거나 강요하지 않으셨지만 오보에를 잡고 연주를 할 때면 다른 악기를 대할 때와는 달리 마음 속에서 열정이 생겼던 것 같아요” 라며 ‘끌림’을 언급했다.
그는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아버지로부터 특별한 노하우를 전수받았다며 말을 이었다. “오보에는 굉장히 민감한 악기에요.목관 악기라 건조하면 안되거든요. 악기가 건조해지는 걸 막기 위해서 보통 악기 케이스 안에 댐핏(Dampit)이라는 걸 넣어놓는데 저는 사과 껍질을 넣어놔요. 다음날 보면 사과 껍질이 말라있죠. 아버지로부터 배운 저만의 방법이랄까요.”
그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연주를 잘 이해해주는 분이라며 아버지가 있어 든든하다고 덧붙였다. 함경은 16살의 나이에 자신이 존경하는 선생님(니콜라스 다니엘)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고 ‘독일 여행’ 명목으로 현지에 가서 오디션을 봤을 만큼 성장하고픈 열망이 큰 젊은 오보이스트다. 오보이스트의 길을 택했지만 여전히 ‘어떤 오보이스트’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늘 치열한 고민을 한다는 그는 연주자로서의 책임감을 덧붙였다. “영화 ‘미션’에 삽입된 유명한 멜로디도 오보에로 연주됐는데 아시는 분이 적어요. 그런 오보에 매력을 많은 분들께 알리는 것, 그 부분이 젊은 연주자들한테는 숙제인 것 같습니다”
<황유진 기자@hyjsound> /hyjgo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