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것은 금품이 오가기 때문입니다. 이를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설을 앞두고 크고 작은 선물이 오가며 자칫 공직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는 시점에서 경찰 내부망을 통해 공개된 채근상 경위(경찰 청렴동아리 회장ㆍ대구 동부서 큰고개지구대 근무)의 ‘내가 심은 청렴씨앗, 꽃피우는 공정사회’라는 글이 화제다.
내부망에 글이 올라간 지 반나절도 안돼 서른명이 넘는 경찰이 댓글을 달며 크게 공감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 청렴동아리 회장직을 맡고 있는 채 경위는 글을 통해 1983년 대구 모 경찰서 파출소에 근무할 때 일을 소개했다.
추석 때 파출소장이 돈을 주면서 경찰서 과장 6명에게 돈 5000원씩을 전하고 오라 시킨 것.
채 경위는 “당시 월급이 10여만원이었는데, 세가 큰 파출소는 3만원 정도씩 주고, 세가 작은 우리 파출소는 5000원 정도 준 것으로 기억한다”며 “과장실 앞에 가니 사람이 많아 서무반장을 주고 왔다. 소장이 왜 과장에게 직접 안줬냐고 다시 받아와 직접 주라고 다그쳤다”고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또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66년 설 명절에도 순경이 방앗간 사람에게 쌀 두 가마니를 달라고 요청했다가 한 가마니로 깎아 가져간 일이 있다”며 “당시 겨울이면 방앗간에서 화투를 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단속을 안한 이유가 아마도 쌀가마니 때문이 아니었겠느냐”고도 말했다.
채 경위는 19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공직자에게 명절은 유혹이 많은 계절”이라며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것은 금품이 오가는 탓, 이를 막아야 법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부끄러운 경찰 과거를 일부 공개했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