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새해 들어 SK이노베이션(대표 구자영·사진)의 주가 움직임이 나쁘지 않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유가 하락과 그룹 오너의 검찰 수사라는 악재에도, 그리고 4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것이란 예상에도 올 들어 오름세다. 작년 말 악재가 새해 호재로 상쇄되면서 시장 기대감이 번졌기 때문이다.SK이노베이션은 최근 독일의 대표적 자동차 부품회사인 콘티넨털과 전기차용 2차전지 합작법인 설립을 합의했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간 SK이노베이션은 현대ㆍ기아차 및 독일의 벤츠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 체결 후 기술적 제약으로 추가적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합작법인 추진으로 기술적 제약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도 시장상황 호전으로 상쇄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 4분기 실적은 유가 약세와 10월 이후 정제 마진 둔화, 그리고 일회성 비용 2000억원 등이 발생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3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정유 부문의 실적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선진국 시장 수요가 둔화되면서 유럽과 미국이 정유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등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세계 정유 시장 수급 밸런스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말 실적 둔화가 일회성 요인에 의한 부분이 크다는 점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해에는 공정위 과징금과 판가 인하, 연말 4분기 실적을 악화시킨 퇴직금 누진세 폐지에 따른 보상금 등 일회성 비용 부담이 컸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올해 석유정제 마진을 보수적으로 가정한다 해도, 기저효과로 지난해 부진했던 석유화학과 석유개발 부문의 기여도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미국의 생산 유전 광구를 매입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오는 2월 초, 늦어도 올해 1분기 그 결과가 발표될 것이다. 정유업체로서 이 같은 투자는 앞으로 유가 상승 리스크를 가장 효과적으로 헤지(hedge)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압박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유의해야 할 변수다. 이는 최근 사업 다각화가 더욱 중요한 재료로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연진 기자/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