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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RICs 우등생 印度가 위험하다
흔들리는 인도 경제

“올 성장률 6.0%로 추락”

10년來 최악 잿빛전망


루피화값 추락 살인적 물가

허름한 식사한끼 1만 5000원


소매부문·증시·항공시장등

외국인투자 잇단 허용불구

부패·포퓰리즘이 발목



[델리ㆍ푸네ㆍ첸나이(인도)=홍성원 기자] 지난 5일(현지시간) 새벽 2시께 인도 델리의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10m 앞도 분간하기 힘들 만큼 짙은 안개가 도시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인구 12억명의 인도 경제가 짙으면서도 넓은 안개만큼이나 시계제로의 국면에 빠졌다. 최근 몇 년간 고공비행을 하더니 추락의 끝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성장률이 지난해 7% 밑으로 하락할 것이 유력한데 이어 올해는 최악의 경우 6.0%까지 떨어진다는 예측마저 나온다. 현실화하면 지난 10년간 최악 수준이다. 인플레이션도 7%에 달해 먹고살기 빠듯하다고 아우성이다.

고성장의 대명사 격인 브릭스(BRICs) 멤버지만 5세 이하 아동 10명 중 4명이 영양실조로 저체중에 빠진 아이러니가 공존하는 나라. 이런 인도가 8년 뒤 세계 5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영국 경제경영연구센터)은 현재로선 까마득해 보인다. ▶관련기사 7면

운명에 순응하는 데 익숙한 인도 국민도 고물가로 신음하고 있다. 루피화 환율이 급상승해 수입에 의존하는 공산품 가격이 20~30%나 올랐다. 건강에 좋다는 믿음 탓에 금에 대한 애착이 강해 세계 최대의 금 소비국이지만, 최근 가격이 배 이상 뛰면서 금 구매마저 꺼린다. 델리에 사는 슈베타 쿠마르(27) 씨는 “웬만한 식당에서도 한 끼에 한국 돈으로 1만5000원을 내야 하고, 델리의 땅 한 평에 2000만원일 정도로 물가가 살인적”이라며 생활고를 호소했다.

효성 뉴델리지사의 박동성 상무는 “생활고를 느끼고 있는 인도인 직원들의 급여인상 압력이 심하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도 팔짱만 끼진 않았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소매시장(슈퍼마켓을 제외한 나이키 등 단일 브랜드)ㆍ증권시장ㆍ국내항공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최근 잇달아 허용했다. 인도에서 돈을 빼가는 외국인의 발길을 돌려세우기 위한 조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외신(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평가도 있지만, 효과는 두고 볼 일이다.

인도중앙은행(RBI)의 소극적인 정책도 문제로 지적된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기준금리 인하를 미적거려 경제를 더욱 옥죄고 있다는 의견이다. 푸네공항에서 만난 다국적기업 캐터필러의 디자이너 마노지 비제이(38) 씨는 “RBI가 중심을 잘 잡아주면 인도의 내수시장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진적 정치도 인도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정치인의 부정부패가 인도의 성장판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은 각 도시에서 만난 현지인의 공통된 지적이다. 미헤시 마네카르 마힌드라자동차 인사담당자는 “많은 정치인이 부패에 연루돼 있어 큰 문제”라며 “반부패 활동가 안나 하자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올해 지방정부 선거가 예정돼 있어 포퓰리즘적 정책 남발로 결국 국가 재정을 경색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사면초가에 빠진 인도는 정녕 추락하는 것인가. 9년간 현대차 인도법인장을 맡아온 박한우 부사장은 “인도의 잠재력은 무한하다”면서도 “그러나 비행기로 치면 하늘을 나는 호텔로 불리는 ‘A380’에 해당해 날아오르려면 활주로가 아주 길어야 한다”며 긴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조언했다. 헤럴드경제는 위기에 처한 인도 경제의 향방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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