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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집가수 금성필? 자원戰士 금중필!
인생 전부였던 음악 접고 우즈베키스탄서 4兆 텅스텐 광산개발권 획득…KU에너지홀딩스 회장의 ‘도전하는 삶’
1988년 강변가요제 본선 진출

산울림 김창완씨가 데뷔시켜

이승철·양수경과 함께 활동

부족한 준비탓 무대 중도하차


내공쌓고 자원개발사업 진출

中·日 등 글로벌기업 제치고

잉기치키 개발허가 받아내

내년부터 국내 업체에 공급



자원 개발업체 KU에너지홀딩스 금중필(46) 회장에게 ‘음악’은 인생 그 자체다. 한때 무대에서 죽어도 좋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노래는 그의 전부였다. 미친듯이 노래 불렀을 때가 있었다.

금 회장은 ‘2집 가수’다. 1987년 강변가요제 본선에 올라갔다. 이상은이 ‘담다디’로 대상을 거머쥐었을 때 상은 못 타고 박수를 쳐주는데 만족해야 했지만, 그의 음악성을 알아본 기획사에 스카우트됐다. 산울림 김창완 씨가 그를 데뷔시켜줬다.

“ ‘금성필’이라는 가명으로 앨범을 냈습니다. 이승철, 박남정, 김흥국, 양수경 등과 같은 해 데뷔했고, 음악하며 어울려 다니기도 했죠.”

유명가수들 처럼 도배되지는 않지만, 지금도 인터넷에서 ‘금성필’을 치면 당시 앨범이 나온다. 89년 서울음반을 통해 ‘불꽃’, ‘빈자리’ 등이 담긴 첫 앨범을 냈고, 2집은 지구레코드를 통해 내놨다.

무대는 화려했고 달콤했다. 잘나갔다. 다운타운 DJ때 쇄도한 여학생들의 러브레터는 무대 앞 환호성과 갈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최수종-하희라가 진행하는 ‘젊음의 행진’에 출연했을 때는 날아갈 듯 가벼웠다. 하지만 그 달콤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준비없이 달려들었던 것 같아요. 열정만 있었지 준비가 없었던 거죠. 반짝 화려한 뒤 어느새 잊혀지는 가수가 되더군요.”

같이 데뷔한 이승철, 양수경 등이 빛날 때마다 상대적으로 돌아온 건 초라함 뿐이었다. 남들은 가수였었던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로선 아픈 과거다.

그렇다고 가수 때의 삶이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라는 평범한 진리가 그의 삶에 확고히 정착했다. 세상물정에 일찍 눈을 뜬 셈이다.

“실패를 맛본 사람만이 성공의 열매를 더 크게 취할 수 있다는 것을 굳게 믿습니다. 실패와 도전, 실패와 도전이 반복되고 결국은 성공으로 가는 게 인생이라는 철학도 생기더군요.”

금중필 회장에게 노래는 인생의 친구다. 크게 자랑할 것은 아니지만, ‘2집 가수’라는 자긍심도 내면 깊숙이 감춰놓고 있다. 요즘은 자원개발 사업에 열정을 쏟아붓고 있어 악기를 가까이 하고 있지 못하지만 자원개발 사업을 할때나 음악을 할때나 가슴이 설레기는 마찬가지라고 그는 말한다. 음악 자체가 그의 삶의 멘토인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금 회장이 ‘자원전쟁의 전사(戰士)’로 변신한 것은 이상할 게 없다. 가수와 자원개발 사업가라니 오버랩되는 부분은 적지만, ‘도전하는 삶’이라는 공통 분모가 존재한다.

“노래와 사업, 저에겐 마찬가지입니다. 노래를 할 때도 그랬지만, 사업을 하는 지금도 매우 설렙니다. 다만 노래는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했지만, (자원개발)사업은 오래 내공을 쌓고 공들인 것이라 자신이 있다는 게 좀 다르다고 할까요.”

그의 자신감은 설득력이 있다. KU에너지홀딩스는 지난해 우즈베키스탄 정부로부터 그곳의 최대 텅스텐 광산인 잉기치키(Ingichke) 광산 개발 사업권을 획득했다. 우즈벡 정부와는 50대 50 지분이다. 잉기치키 광산은 텅스텐 매장량이 약 6만4000t에 달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4조3000억원어치다.

KU에너지홀딩스는 올해 광산을 보수한 뒤 내년부터 12년동안 연 3000t씩 텅스텐을 캐 국내 철강업체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텅스텐은 철의 강도를 높여주는 희귀금속으로, 국제가격이 치솟을 예정이어서 미래 투자가치가 대단히 높습니다. 그만큼 싸게 들여오면 국내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뒤의 한반도 정세와 맞물려 수요 증가가 점쳐지기도 한다. 텅스텐은 최첨단 국방 무기에 없어서는 안될 금속이기도 하다.

금 회장이 혈혈단신으로 우즈벡 텅스텐 광산을 뚫은 것은 그의 땀과 노력의 진정성이 우즈벡 정부의 심금을 울렸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사업도 사업이지만, 한-우즈벡 문화교류에 가장 먼저 돼야 한다는 그의 철학에 우즈벡 관료들이 매료 당했다. 브랜드가 높은 중국, 인도, 일본 기업들도 잉기치키 광산 개발권에 눈독을 들이며 달려들었지만, 결국 다 제칠 수 있었다.

KU에너지홀딩스가 작은 기업인 데다가 잘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능력이 모자란 것은 아니다. 잉기치키 광산사업에는 광물자원공사 등 내로라 하는 국내 업체들도 참여한다.

“자원개발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애국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갖지 못한 자원을 싸고 품질 좋게 제공하는 것이 바로 나라를 위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금 회장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안전지대가 없는 자원전쟁터에선 끊임없는 투자와 발로 뛰는 현장정보가 주무기이기 때문이다.

금 회장은 어쩌다 일이 막히면 과거를 돌아본다. 특히 가수 생활을 접은 뒤 일본에서 배고팠던 10년간 유학생활은 그에게 지칠줄 모르는 도전을 강요한다. 자원전쟁 전사라는 길을 찾기까지의 탐색, 그리고 좌절 등도 사업가로서의 치열한 고민을 재촉한다.

“음악이 잘됐다면 인생이 바뀌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음악을 즐기면서 자원전쟁터에 나갈 수 있는 것이 더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말고도 더 좋은 기업들이 중앙아시아 자원을 하나라도 더 가져왔으면 좋겠습니다.”

금 회장의 포부를 들으니 나중엔 ‘가수’로 검색하기보다는 ‘자원전쟁’으로 검색해야 빠를 수도 있겠구나 싶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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