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문제 고발 상봉중학교 정세영 교사
일진 등 패거리 배제된 아이 따돌림교사에 조사권·교권 강화가 해결책
“사라지지 않은 일(一)진은 학급 내에서 주류가 됐다. 이들에 끼지 못한 학생은 이(二)진이나 삼(三)진 그룹을 형성하며, 여기에도 끼지 못한 아이가 왕따가 된다. 그리고 선행학습이 이 ‘왕따’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다.”
2005년 학교 내 일진 존재를 폭로하며 학교폭력 해결에 힘써 온 서울 상봉중학교 정세영(58·사진) 교사를 지난 6일 만났다.
대구ㆍ광주 등에서 동급생의 폭행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이 연이어 발생한 것에 대해 정 교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 교사는 “사라지지 않은 일진에 원인이 있다”고 현 사태를 진단했다.
그는 “2005년 대대적으로 일진 소탕이 이뤄진 이후 겉으로 드러나는 일진은 사라졌지만 그 이후 성격이 바뀐 일진은 여전히 학교 내 존재하며 이들이 학교폭력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정 교사에 따르면 현재의 일진은 그룹으로 존재하며 그 그룹에는 공부 잘하는 아이, 싸움 잘하는 아이, 노래 잘부르는 아이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
정 교사는 “일진 그룹에 속하지 못한 아이들은 이진그룹을, 이진이 못된 아이들은 삼진그룹을 형성하고 있다”며 “그 어떤 그룹에도 속하지 못한 아이들이 소위 ‘왕따’가 된다”고 강조했다.
정 교사는 “왕따가 되는 아이들은 일진을 따라하려는 소위 ‘나서는’ 아이들과 이진이나 삼진에도 들지 않으려는 ‘소통을 끊은’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는 싸움 잘하는 아이들이 일진이 돼 학교폭력을 주도했지만 이들이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 찍힌 비주류였다면, 지금의 일진은 반 전체의 선망의 대상이 됐으며 여기서 벗어난 아이들이 왕따가 된다는 것.
그는 왕따 문제 해결을 위해 ‘선행학습 근절’과 ‘학교폭력 조사권’ 등이 교사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정 교사는 중학교 때까지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거나, 조사권 등을 주는 방법으로 폭력을 인지한 아이에 대해 교사에게 조사권 등을 줘 교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왕따 등 대부분의 학교폭력은 중학교 때 일어나며 교사가 아이들의 관리를 위해 이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정 교사는 폭행을 한 아이들에 대한 형사법적 처벌에는 반대 입장을 표했다.
그는 “학교 내에서 아이 문제를 해결해야지, 아이들을 형사법으로 처리하면 아이들에게 평생 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교직원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에서 힘을 모아줄 것을 주문했다.
정 교사는 “전교조는 인권을, 교총은 교권을 이야기하며 평행선을 긋고 있지만 학생의 인권과 교권이 함께 고려돼야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