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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동창 총무인 한국일이 얼떨결에 대선후보로 나서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몇 년 전 명퇴한 스승이자 소설가인 최원일을 인사차 방문했다가 뜬금없이 대통령 한 번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는다. 최원일은 한때 48개나 되는 모임의 총무역할을 한 적이 있는 총무의 달인. ‘대한민국 최원일 대총무’란 책을 최근 펴냈다.
그의 논지는 모교 5만명의 총동창회 총무면 5000만 총무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대선전략은 ‘대통령도 총무처럼’. 단순명쾌한 이 전략은 전국 각지의 온갖 모임의 총무들이 마치 다단계 조직처럼 50여만명을 결집, 카페 ‘인터넷 총무세상’을 개설하면서 제대로 먹힌다, 차떼기 없이도 모금이 성황리에 이뤄지고 대한민국 대총무 격으로 한국일이 대선후보로 올라서자 정치 쓰나미가 불어닥친다.
정치판에 대한 일종의 야유가 통쾌함을 선사한다.
300억원 제작비로 3000만 관객을 모으는 영화판의 배우와 감독의 이야기 ‘배우와 감독’, 인기 작곡가 유승우와 LA 출신의 완소남 가수 지망생 민록후의 파격적인 사랑이야기인 ‘스타탄생’, 대학학보사 편집장 원세연과 상반된 삶을 살아온 친구 고대건의 죽음의 전말을 다룬 ‘벌거숭이’ 등 11편의 단편은 유쾌하다. 연예계 괴담, 사제 간 추문 등 세태를 슬쩍 꼬지만 완전 비틀지는 않는다. 그 경계를 재치있게 넘나들며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생생하고 거침없는 입말과 입담은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