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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 벤처경영>벤처의 하소연, 기술과 도전정신만으론 성공 문턱 높아…
3D 영상 관련 산업체를 운영하는 김 모(47)씨. CT 영상을 3D로 보여주는 솔루션을 개발해 의료는 물론 국방 분야로도 판로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철,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금속 장비가 많은 군사 장비의 경우 내부에 기포가 차는 결함이 발생해 파손 우려가 있는데, 3차원 CT 영상 기술로 장비 내부에 기포가 차는 부분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이를 당장 영업에 활용하자니 넘어야 할 장벽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신생 기업이라 리스크 부담 때문에 지원 받을 수 있는 자금은 한계가 있었고, 연구인력을 구하려고 해도 그들은 대기업이나 해외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여기에 마케팅 노하우도 부족해 애써 개발한 기술이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김 씨는 연구비 회수는 커녕 건물 임대료 내기 조차 버거운 연말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비단 김 씨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벤처기업들은 자생할 수 있는 터전이 매우 척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대 초반 기술과 도전정신 하나만으로도 성공을 꿈꿀 수 있었던 시절은 말 그대로 옛이야기가 됐다. 이에 따라 많은 벤처기업들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헤럴드경제가 벤처기업연구원과 함께 300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벤처 발전을 위해 정부가 정책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기업 경쟁력 강화’가 25.5%로 비율이 가장 높았다. 벤처기업 4곳 중 1곳이 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 마련을 요구한 셈이다.

뒤를 이어 ‘기업간 양극화 해소’(13.2%), ‘규제완화’(12.8%), ‘연대보증 폐지’(12.3%), ‘불합리한 제도 및 투명거래질서 모니터링 강화’(8.9%) 등의 순서로 답변으로 나왔다. 창의적인 교육시스템(6.3%)과 실패기업가 재기시스템(5.8%)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보다 체계적이면서도 벤처정신을 고취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경쟁력 강화 정책 요구가 가장 많은 것은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경쟁력을 외국기업과 비교한 결과와도 상통한다. 가장 많은 35%는 우리나라 벤처기업이 대체로 평균에 못 미친다고 응답했다. 7%는 상당히 미흡하다고 답해 부정적 의견이 42% 나왔다. 반면 일부분 앞서고 있다(23.3%), 상당 부분 뛰어나다(2.2%) 등 긍정적 의견은 25%에 불과했다. 그만큼 외국과 비교해 경쟁력이 뒤떨어진다고 평가하는 벤처기업들이 더 많은 것이다.

때문에 현재 벤처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갖는 만족도를 보면 80% 이상이 보통 이상으로 답했지만, 매우 불만족(4.3%)과 불만족(15.3%)을 더한 비율이 만족(14%)과 매우 만족(0.3%)을 합한 것보다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립인 보통을 제외한 결과를 봤을 때는 정부 정책에 불만을 갖는 기업들이 더 많은 셈이다.

이에 따라 벤처기업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갖고 있는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벤처기업들은 이와 관련해 올해 가장 해결하고 싶은 과제로 자금확보(18.8%)를 꼽았다. 이를 이어 ‘국내외 판로확대’(17.6%), ‘기술혁신 및 신제품 개발’(11.8%), ‘우수인력 확보’(11.2%), ‘수익성제고’(9.8%) 등이 답변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벤처 전성기 시절 벤처금융이 활성화됐던 것과 달리 지금은 안정 위주로 바뀌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성공 확률보다는 벤처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과 비전을 반영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관계자도 “인력난에 허덕이는 벤처기업을 위해 우수 대학인력들이 대기업보다는 중기벤처에 우선적으로 배치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ndisbegin>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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