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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펙트 게임’, 말도 안되는 실화, 표현하기 힘든 감동
불안과 격동의 1980년대 프로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었다. 애향심의 발로였고, 내 가족 나의 존재를 느낄수 있는 ‘자아확인의 장’이었다. 그래서 전 국민이 열광했다. 특히 경상도와 전라도를 대표하는 팀인 광주의 해태와 부산의 롯데는 그 열기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역색이 강한 두 팀의 대결에선 항상 많은 사건과 사고가 이어졌다. 유럽 축구의 훌리건을 방불케 하는 일들도 다반사였다. 과연 그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들끓게 만들었을까.

1987년 5월 16일, 믿을 수도 없고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노력과 끈기로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 자리에 오른 연습벌레 롯데의 최동원과 그의 뒤를 이어 떠오르는 해태의 천재 투수 선동열 두 선후배의 맞대결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영화 ‘퍼펙트 게임’은 1981년 캐나나 토론토에서 벌어진 대륙간컵 경기에서 최동원(조승우 분)과 선동열(양동근 분)의 모습을 보이며 시작한다. 두 사람은 우정을 나누던 선후배 사이였으나 세상은 그 둘을 라이벌로 몰아세운다.

전적 1승 1패. 선동열 앞에서만은 큰 산이고 싶었던 최동원과 그 산을 뛰어넘고 싶었던 선동열의 마지막 맞대결은 팬들의 기억속에 대한민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경기로 기억되고 있다.


127분 간의 러닝타임 동안 조여오는 긴장감과 흐르는 눈물은 배우들의 열연과 영상만으로도 충분하다. ‘퍼펙트 게임’은 뜨거웠던 그날의 감동을 두 선수가 온몸을 불사르며 펼치는 경기를 통해 보여준다. 팀간의 경기를 넘어 전라도와 경상도라는 지역적 대결로 불리워졌던 ‘해태-롯데’의 대립도 감동과 진정성이라는 용광로에 모두 녹여버리고 만다.

또한 허구와 사실의 적절한 조화는 극적 재미를 더하며 야구를 잘 모르는 여성들도 영화를 즐기며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박만수(마동석 분)은 가상의 인물이다. 스타 플레이어의 그늘에 가리워진 일반 선수의 눈물겨운 비하인드 스토리는 관객들로 하여금 ‘지금은 별 볼일 없지만 언젠가는 홈런을 칠 수 있다’는 희망을 꿈꾸게 만들어준다.

또 작품에 등장하는 김서형 기자(최정원 분)를 통해 ‘야구는 남자들의 경기다’, ‘야구 규칙을 모르면 따라가기 힘들다’는 선입견을 깨뜨려 준다. 김서형의 눈을 통해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도 경기에서 느껴지는 진정성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총 경기 시간 4시간 56분, 15회 말 완투. 최동원 209개, 선동열 232개 투구. 숨막히는 이날 경기의 결과는 결국 무승부로 끝나게 된다. 최종 맞대결 결과 1승 1무 1패의 성적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다만 자신의 분야에서 혼신의 힘을 담은 두 남자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말도 안되는 실화로 말도 안되는 감동을 주는 영화 ‘퍼펙트 게임’은 국내 개봉한 야구영화의 징크스를 깨고 롱런할 수 있는 영화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작품이라 여겨진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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