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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좋은 개살구 금융주... 신용도는 탄탄, 주가는 비실
"시장 좌판에 떨이로 나왔지만 아무도 주워 담으려 하지 않는다"

은행주를 빗댄 말이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제품’(은행주) 앞에 ‘연중 폭탄 세일 중’ 푯말을 내걸고 호객행위를 하지만 아무도 기웃거리지 않는 모습이다. 주가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추풍낙엽이다. 하지만 매크로 관점에서 보면 은행주의 본격 반등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가장 큰 족쇄인 유로존 재정위기가 일단락 돼야 하기 때문이다.

올 한해 은행주의 주가 성적표는 형편없다. 8개 상장 은행들의 주가(26일 종가 기준)는 올 들어 모두 마이너스다. 게다가 주가하락률이 많게는 40%에 육박한다. KB금융지주는 올 한해에만 38.5%, 우리금융도 37.87% 미끄러졌다. 그나마 외환은행을 품에 안은 하나금융지주만이 15.94% 떨어지는 선방(?)을 펼쳤을 뿐이다.

시가총액도 형편 없다. 지난해 말 25조원을 넘어섰던 신한지주 시가총액은 현재 19조3700억원 가량에 그치고 있다. KB금융지주 역시 지난해 23조원에서 올해는 고작 14조원대로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물론 주가가 나쁘다고 제품의 질(기업 실적)까지 악화된 것은 아니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 3분기까지 사상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다른 선진국 은행들이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조치를 겪는 와중에도 국내 은행주들은 독야청정했다.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60~70% 가량 상승했지만 유로존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인도 등 주요 아시아 국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마디로 은행주는 ‘빛좋은 개살구’였던 셈이다. 은행주가 이처럼 푸대접을 받은 데에는 무엇보다 유로존의 위기가 가장 컸다. 유로존 위기로 외화차입이 불리해지거나 후폭풍 여파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함께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로 인한 국내경기 둔화가 대출수요 감소 등으로 이어져 대출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함께 안으로는 상반기 PF 대출 리스크가, 하반기에는 가계부채 규제와 저축은행 부실 등 각종 정부의 규제가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게다가 내년 금융불안 지속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늘어나 실적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 은행업종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2008년 하반기 리머 사태 당시에 근접한 수준이다.

문제는 밸류에이션만으로는 본격적인 주가 반등을 노리기 힘들 다는데에 있다.

구용욱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수익성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 흐름이 나오고 있지만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할 것이다. 유럽재정 위기에 대한 해결이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어 해결책이 제시되기 전까지 단기 대응이 유효하지만 저점 매수 전략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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