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 간의 ‘닭발 전쟁’이 양국 업계 모두를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한해 수십억마리의 육계(肉鷄)가 생산되지만 닭발은 애완용 동물의 사료로만 쓰일 뿐 식탁에 오르지 않는다. 반면 중국에서는 술 안주 등으로 인기가 높아 닭발은 인기 상품이다. 미국에서 중국에 수출되는 제품의 절반가량은 닭발과 날개로 이 부위들은 미국 내에서는 파운드 당 몇 센트 정도지만 중국에는 60~80센트에 팔려 수익성이 좋다.
이에 따라 양국은 몇년 전부터 ‘닭발 무역’을 시작했고, 10여년 전만 해도 제로(0)에 가까웠던 무역량은 지난 2009년 37만7805t(2억7800억달러 상당)에 달하며‘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거둔 것으로 평가받았다.
닭발전쟁의 발단은 지난해 중국 정부가 무려 100%가 넘는 상계관세를 미국산 닭 부위 제품에 부과하면서 부터 시작됐다. 미국 정부가 자국 가금류 산업에 부당한 보조금을 지급해 미국산 닭발 등이 중국 시장에서 정상가격 이하로 팔리고 있다는 중국 육계 생산ㆍ가공업체들의 항의에 따른 조치였다.
중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닭발을 비롯한 미국산 닭 부위 제품의 대중(對中)수출은 90%나 줄어들었고, 결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8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분쟁 조정을 공식 요청하면서 양국간 ‘닭발 전쟁’이 시작됐다.
미국 관련업계는 자국내에서 거의 쓸모없는 제품을 중국에 시장가격 이하로 덤핑 수출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주장하면서도 무역분쟁으로 비화된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산 가금류에 덤핑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 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2025년까지 중국의 1인당 닭고기 소비가 돼지고기를 넘어서고 중국 내 육계생산으로는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미국 수출업계로서는 놓칠 수 없는 수출시장이다.
미국 가금류수출협회의 제임스 섬너 회장은 18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시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면서 “가능하면 빨리 WTO 절차가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산 닭발 수입 중단은 중국 업체들에게도 아쉬움이 크다. 중국에서 닭발과 닭날개 등 가금류 부산물의 수요가 워낙 높은데다, 위생상태와 맛 등에서 중국산을 압도하는 미국산 닭발을 찾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산 닭발은 제3국으로 선적한 뒤 다시 중국으로 들어오는 우회 수입을 통해 상계관세를 피하는 편법이 동원되는가 하면,밀수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난징(南京) 관세당국은 미국산 냉동 닭부위를 밀수한 업자 10여명을 구속했으며, 지난달에는 윈난(雲南)성 정부가 닭발 등 미국산 식육제품 450t을 적발해 폐기처분하기도 했다고 WP는 전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