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4년 여만에 전면에 나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인사 시험대에 올랐다. ‘참신한 인사, 중립적 인사, 개혁적 인사’이면서도 ‘디도스 사태, 당 체질 개선, 계파 융합’이라는 현실의 난재를 모두 만족시키고 해결할 수 있는 인사를 바라는 정치권의 시선은 좀처럼 낮아질 기미가 없다.
하지만 직, 간접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적임자 상당수는 비대위를 고사하고 있는 형편이다. 19일 한나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10명에서 최대 15명으로 예상되는 비대위원 선발은 빨라야 이번 주 후반에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참신하면서도 능력있는 인물을 뽑기가 만만치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좋은 분들에게 의사를 타진하고 확인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수 밖에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문제는 당 안팎에서 적임자로 꼽히는 인사 상당수가 제안을 받기 전부터 고사의 뜻을 나타내고 있는 점이다. 5선 의원이자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중립성과 노련함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김형오 의원은 “백의종군”하겠다며 비대위원으로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사전 차단했다. 역시 불출마를 선언한 초선의 홍정욱 의원, 개혁 성향의 3선인 원희룡 의원 등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당 밖 인물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서민 복지와 중소기업 육성 등 정책 쇄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젊은 전문가들 영입이 필요하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이들이 이권보다는 희생이 더 큰 비대위원 자리를 선뜻 수락할 지 의문이다. 또 외부 전문가들이 재산 형성 과정, 도덕성 검증 같은 정치권의 보이지 않은 입문 절차를 쉽게 통과할 지도 미지수다.
친 여권 성향의 시민단체나 교수 등 인재풀이 그리 넓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특히 최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가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그 폭이 더 좁아졌다는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나 함승희 전 의원, 최장집, 장하준, 김난도 교수 등의 합류를 기대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 ‘삼고초려’를 해도 한나라당의 비대위라는 험로를 함께하기가 워낙 위험이 큰 까닭이다.
당 한 관계자는 “당에서도 대부분 사람들이 비대위원 구성에 대해 알지 못하고, 또 쉽게 말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라며 “그만큼 이번 인사가 중요하고 또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최근 하마평과 잇단 고사 의지 표현이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