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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첨단 파생상품 동원…富세습 더 교묘해졌다
국세청, 위장상속기업 대대적 세무조사
연 1000억~5000억 매출

중견업체 10여개사 대상

조세피난처 자녀명의 펀드

주식 헐값넘겨 세금회피


10억넘는 국외계좌 보유자

정밀조사후 철저 세금추징

국세청이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에 칼을 빼들었다. 나라 밖에서 첨단의 파생금융상품으로 위장해 교묘하게 세금을 떼먹은 기업과 오너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 것. 특히 거액의 상속세를 물지 않고 경영권을 넘기는 수단으로 해외 파생상품을 이용한 중견 기업주들이 주요 대상이다.

국세청이 주목하는 중견기업은 10여개사. 전자, 기계, 의류제조, 해운 등의 업종에서 연간 매출액이 1000억~5000억원대에 달하는 중견업체들로, 2곳은 상장사이고 나머지는 비상장사다. 이들은 해외펀드나 국제거래를 위장한 수법으로 거액의 증여 및 상속세를 포탈한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 10억원 이상 국외계좌 보유사실을 숨겨온 자산가 40여명도 포함됐다.

이들 기업은 창업 1세대에서 2세대로, 또는 2세대에서 3세대로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탈세한 정황이 국세청 감시망에 포착됐다. 주로 국외 조세피난처에 자녀 이름으로 펀드를 만들고 여기에 국내 관계회사의 주식을 헐값에 넘겨 세금 한푼 내지 않고 경영권을 넘겨줬다는 것.

국세청은 오래전부터 기업 오너들이 부를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주식을 선호한다는 점에 주목해왔다. 주식으로 한번 대물림하면 향후 주가가 몇 배로 불어도 추가적인 세금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주가가 폭락했을 때 자녀에게 주식을 물려주면 절세 효과가 더욱 커진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합법이다. 일종의 절세다. 누가 뭐랄 수 없다.

문제는 ‘절세’ 욕구가 ‘탈세’로 이어질 경우다. 

가장 의혹이 짙은 분야가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이다. 파생상품은 거액의 손실 또는 수익이 나는 경우가 워낙 흔해 금융당국과 세무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나기 쉽다. 국세청 역시 파생상품을 통한 편법 증여가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알고 첩보 수집활동을 강화해왔다. 스스로 불법을 피할 길도 열어놨다. 국세청은 지난 6월부터 해외계좌 자진신고를 받았고 11월 중순엔 이례적으로 아직 못한 신고를 할 경우 과태료를 절반으로 줄여주겠다고 공표했다.

국세청은 “10억원 이상 국외계좌를 보유하고도 자진신고하지 않은 부유층 인사들의 국외 송금·거래 명세를 정밀 조사할 계획”이라며 “소명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세금 누락 여부를 자세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괴태료 수준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한 “편법 대물림을 한 것으로 의심 가는 기업에 대한 국외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정밀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거액자산가도 서류 확인이나 현장 조사, 자금출처 조사 등을 통해 탈세 여부를 가려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본시장이나 국외경로를 활용한 부의 대물림이 금융당국 및 세무당국의 사각지대에 있는 만큼, 내부자의 제보 없이는 적발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거액자산가들이 편법 증여나 상속에 나서는 이유가 높은 세율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현재 상속 및 증여세율은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50%에 이른다. 또한 10억~30억원은 40%, 5억~10억원 30%, 1억~5억원도 20%나 된다.

이 때문에 상속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공정한 자본주의 경쟁 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상속 및 증여에 대한 엄격한 과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많치 않다.

<김양규 기자 /@kyk7475>

kyk7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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