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푸틴, 러시아판 오렌지혁명에 무릎꿇나
블라디미르 푸틴(59ㆍ사진) 러시아 총리가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러시아에선 푸틴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의 부정선거 의혹에 분노한 반(反)푸틴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푸틴 퇴진을 외치는 함성은 하늘을 찌른다.

오는 10일 모스크바 집회엔 지난 1990년 구소련 붕괴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 인파가 몰릴 예정이다. 외신에 따르면 전일밤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3만여명이 시위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러시아는 태풍 전야다. 또 시위가 러시아 전역 80개 이상의 도시로 확산될 조짐을 보여 유혈 진압이나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러시아 총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이 가까스로 다수 의석을 차지했지만 부정선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2004년 우크라이나에서 시민들이 여당의 부정 선거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이끌었던 ‘오렌지혁명’이 러시아에서 재연될 것인지 전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사태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독재자들을 줄줄이 권좌에서 끌어내린 ‘재스민 혁명’과도 유사하다. 러시아 반 정부 시위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부정선거 의혹이지만, 만성적인 고물가, 실업난으로 고조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푸틴이 권력을 연장하고 싶다면 국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뭔가를 더 해야 한다는 명백한 메시지”라는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의 보도는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이 시위 확산에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점도 ‘재스민 혁명’과 닮은 꼴이다. 러시아에서 TV 등 중앙 언론은 ‘정부의 앵무새’, ‘권력의 시녀’에 지나지 않지만, 인터넷을 통한 ‘소통의 힘’을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푸틴의 광적인 권력욕과 야심에 러시아 국민들은 불만을 성토하고 있다.

푸틴은 평범한 노동자 집안 출신으로 옛 소련의 첩보조직인 KGB 요원으로 16년간 일하다가 2001년 러시아 최초로 40대에 대통령에 오른 행운아였다. 연임에 성공했고 자신의 오른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으로 내건 수렴청정까지 거쳤다. 지난 7일 내년 3월 치러지는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세번째 대권 야욕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이번 부정 선거 의혹으로 그의 세번째 대권 가도엔 벌써부터 먹구름이 잔뜩 끼고 있다. 급기야 푸틴 시대의 종식은 초읽기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로 ‘터미네이터’라고 불리는 그이지만, 창창한 변화와 개혁의 물줄기 앞에 푸틴의 운명은 위태롭기만 하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