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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6년의 ‘추억’…제2의 JP는 누구?
재창당 카드 빼든 홍준표…16년전 신한국당은?
이재오·김문수 등 새피 수혈

김종필은 추출 희생양 삼아

간판 바꿔달기 성공 경험


DJP 연합 정권교체 치욕

여권발 정계개편설 난무





벼랑 끝에 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신한국당식 재창당’이라는 카드를 꺼내며 역공에 나섰다. 15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지난 1996년 말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과감한 새 피 수혈을 통해 기사회생했던 경험을 16년이 지난 지금 되살려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반(反)홍준표 진영에서는 위기를 넘기 위한 미봉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7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신이 준비 중인 재창당 프로그램과 관련해 “당시 15대 4ㆍ11 총선을 2개월여 앞둔 2월 7일 공천자대회 겸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바꾸는 재창당대회를 열었다”며 “재창당 때까지 대선 후보들이 전면에 나올 수 있도록 당ㆍ대권 분리 조항을 개정할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16년 전 신한국당 창당은 반전에 성공한 정치 개편의 사례로 요약된다. 당시 이재오, 김문수로 대표되는 ‘민중당’ 진보세력을 파격적으로 흡수했다. 3당 합당을 통해 탄생한 민자당은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했고, 집권 후반기 총선도 간판 바꿔달기와 새 인물 영입으로 ‘성공한 선거’로 만든 것이 신한국당 이야기의 골자다.

문제는 간판을 바꿔달았던 신한국당이 총선에서는 선방했지만 이듬해 대선에서는 패했다는 점이다.

신한국당 창당은 당시 집권 여당의 한 축이던 김종필 전 총리, 즉 JP를 추출함으로써 가능했다. 집권 여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비판을 3당 합당의 주역 중 하나였던 JP를 희생양 삼아 벗어난 것이다. 하지만 JP는 이후 대선에서 반대파였던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손잡았고(DJP연합), 결국 그를 내쫓았던 신한국당에 ‘헌정사상 최초의 여야 정권교체’라는 치욕을 안겨줬다.

16년이 지난 지금 ‘신한국당식 재창당’이라는 홍 대표의 카드에 한나라당 소장, 쇄신파 의원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정 인물 또는 특정 계파를 희생양으로 만들고, 여기에 새 인물 몇몇을 더한다면 눈앞의 총선은 넘어갈 수 있겠지만, 궁극적인 쇄신과는 영영 결별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원희룡 의원은 “홍 대표가 제시한 쇄신안은 당사를 없애고 공천과 관련한 것이 전부였다”며 “계파를 해체하고, 진보세력과 그들의 요구까지 끌어안는 근본적 정치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하지만 의총을 통해 재신임을 받았음을 홍 대표가 자평하고 나서면서, 신한국당식 재창당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 경우, 이번 재창당 작업의 희생양이 누가 될 것인지가 향후 여권발 정계 개편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친박계와 소장파가 ‘이명박 대통령과 단절’이라는 명분으로 친이계를 내치려는 시나리오, 또는 박근혜 전 대표가 ‘정권 재창출이 아닌 정권교체’라는 명분으로 신당을 만드는 시나리오 등 정계 개편 소설은 벌써부터 꽃을 피우고 있다.

한때 탈당설이 나돌던 의원 모두가 이날 “사실무근” 또는 “그만큼 쇄신이 심각하다는 의미”라며 앞다퉈 불 끄기에 나선 것도 결국 “내가 희생양이 될 수는 없다”는 표현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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