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부자증세 공방…정체성 논란 번지나
7일 與정책의총 주목한나라당의 ‘부자 증세(한국판 버핏세)’ 논의가 지난주 말을 고비로 ‘소득부자’와 ‘주식부자’ 증세 간 우선순위 공방으로 변질되면서, 집권 여당의 정체성 논란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애초 당권파와 쇄신파가 주축이 된 ‘부자 증세’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1% 대 99%’ 프레임을 차용, 한나라당의 ‘서민정당 거듭나기’의 핵심 정책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주 말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근로소득세보다 자본소득세에 더 큰 문제가 있다”며 부자 증세 논의에 급제동을 건 이후 양측 간 공방이 본격적으로 불붙는 모양새다.
소득부자 증세론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부자 정당 이미지를 탈피하지 않고서는 ‘산토끼’를 잡을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주식부자 증세론을 펴는 친박 진영은 총선은 물론 대선까지 염두에 두면서 ‘집토끼’를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 셈이다.
쇄신파 김성식 의원은 “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과거에도 논의가 됐지만, 이는 중장기 과제이기 때문에 당장 시급한 소득 최고세율 구간 신설부터 결정짓자는 것”이라며 “장기 과제를 이유로 구간 신설을 미루자는 것은 (부자 증세를)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상당 기간 검토가 필요한 자본이득 과세를 이유로 조기에 실현할 수 있는 소득세율 최고 구간 신설을 미룰 경우 한나라당의 정책 쇄신 의지가 희석돼 2040세대로부터 또 한 번 외면당하고 말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홍준표(왼쪽부터) 대표와 유승민 최고위원, 원희룡 최고위원이 5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디도스 공격 파문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다. 양동출 기자/dcyang@heraldcorp.com |
반면 친박 진영에서는 어설픈 조세제도 개편은 집권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친박 핵심인 이한구 이원은 5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금융자산은 ‘자본소득’으로 사실상 불로소득에 가까운데도 부자들에게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근로소득자들은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합리적으로 상향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식 양도세는 현행법상 대주주이거나 시가총액 기준 100억원(코스피 50억원) 이상 보유자에 한해서만 과세하고 있으며, 이를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는 찬반양론(자본시장 육성을 위해 비과세 필요 vs 소득 있는 곳에 과세)이 팽팽해 정부에서도 조세 개혁의 장기 과제로 삼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오는 7일 정책의총을 통해 부자 증세와 주식 양도차익 과세 등을 놓고 종합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이주영 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정책위 차원에서 소득 구간 신설은 물론 주식 양도차익의 세율을 높이는 것을 종합 검토, 연구 중”이라며 “외국 선진국 사례와 비교해서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양춘병ㆍ서경원 기자/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