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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CB 입장 선회 주목..공은 ‘메르ㆍ코지’에게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마침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진화를 위한 ECB의 국채 시장 개입 의사를 시사했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개입 불가 입장이었던 데서 확 바뀐 것이다. 물론 전제 조건을 달았다. 엄격한 예산집행, 부채 수준 통제를 가능케 하는 ‘재정협약’ 체결에 유로존 국가들이 합의하면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연합(EU) 조약 개정을 통해 염두에 두고 있는 ‘재정동맹’의 전 단계쯤 된다. 안팎의 압박을 받던 ECB로선 ‘회심의 카드’를 내보인 셈이다.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회원국이 이를 받을지 말지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오는 5일(현지시간) 열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회담과 9일로 예정된 EU 정상회의에 눈길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CB의 큰 변화(Big change)=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드라기 ECB 총재가 1일 유럽의회에 출석해 유로존 지원 계획을 밝힌 점에 일제히 주목했다. 그는 “회원국들이 엄격한 재정운용을 하겠다는 ‘재정협약’에 합의하는 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그렇게 되면 다른 조치들이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FT는 이를 두고 EU 정상회의 이후 ECB가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는 뜻으로 분석했다. 로라 벨트캠프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AP에 “전통적으로 ECB의 목적은 인플레이션 억제였는데 채권 시장 안정화에 나서기로 했다는 건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으로 투자심리는 곧바로 안정됐다. 이날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채(10년물)가 5~6%대의 금리로 다 팔린 게 대표적인 사례로 외신들은 꼽았다.

ECB의 입장 선회는 각국에서 위험신호를 보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프랑스 툴롱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럽이 디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ECB가 행동에 나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ECB의 결정에 따라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그랜드 플랜’의 윤곽은 어느 정도 나온 셈이다. 유럽재정안정기금 확충, 국제통화기금(IMF) 재원 활용, 개별국가의 긴축재정 이행 등이다. EU정상회의에서 이에 관한 세부사항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獨ㆍ佛의 미세한 입장차 조율이 관건=ECB가 던진 공은 유로존의 핵심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에게 넘어왔지만, 두 나라의 미묘한 차이를 봉합하기는 녹록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론에선 메르켈 총리와 사르코지 대통령의 입장은 같다. 유럽조약 개정을 통해 EU차원의 회원국 예산안 심사 등을 하는 ‘재정동맹’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오는 5일 프랑스에서 만나 공식적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개별국가의 주권에 관한 사항에서 충돌하는 각론이 문제다. 독일은 회원국이 EU차원에서 정한 부채 수준을 지키고, 예산 감사관 파견도 받아들이길 원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는 국가는 자동적으로 제제를 가하도록 하는 방안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가 바로 이 대목을 반대한다. FT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자동제재와 관련해) 개별국가의 정치적 통제가 유지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EU 내 10개국이 유럽조약 개정에 얼마나 협조할 것인가도 숙제다.

유럽의 한 외교관은 FT에 “ECB가 이전과 달리 많은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는 것 같다”면서도 “회원국 정치인들로부터 신호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형국이 됐다”고 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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