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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당근-채찍 능수능란 외교…클린턴의 미얀마 다루기
수치와 만나 “언제나 지지할 것”…세인 대통령엔 “북한과 군사협력 중단하라” 압박
마치 서로 맞춘 듯 하얀 미얀마풍의 전통의상에 단정히 빗어 묶은 머리.

반세기 만에 미얀마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 여사에게 보낸 또 하나의 외교적 언어다. 클린턴 장관은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 해제 노력에 앞장서는 등 평소 그녀에게 존경을 표해왔다. 미국 국무장관으론 56년 만에 미얀마를 방문한 클린턴은 1일 수도 양곤의 미 대표부 관저에서 수치 여사와 사적인 만찬 자리를 가졌다. 동서양 여성 리더십의 대표주자가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여걸은 이날 미얀마의 정치개혁과 인권문제, 양국의 관계 개선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 클린턴 장관은 수치 여사에게 “우리는 당신을 지금은 물론 언제나 지지할 것”이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수치 여사도 “미국 정부가 버마(군사정권 이전 미얀마의 국호) 문제에 더 많이 개입하는 것에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클린턴 장관의 방문이 양국 관계 호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앞서 클린턴 장관은 테인 세인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의 ‘새로운 단계’를 맞이하자”고 제안하면서 “미얀마가 민주적 개혁 조치들을 계속 실행하면 경제적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북한과의 군사적 협력 단절을 우선적으로 요구했다. 클린턴 장관은 미얀마에 다섯 가지 분야의 우려사항을 지적하면서 “그 중 첫번째가 북한과의 군사적 협력에 대한 우려와 핵 우려”라고 역설했다. ‘북한과의 핵 커넥션’을 중단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밖에 ▷모든 정당의 선거 참여 등 정치개혁 ▷소수민족 인권탄압 중지 ▷정치범 석방 등도 주문했다.

클린턴은 미얀마에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던졌다. 미얀마 당국이 최근 개혁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미국 주도의 메콩강 개발 사업에 미얀마가 참여하는 것을 허용했다. 하지만 “양국의 관계 개선은 시작 단계라며 서방국가의 섣부른 제재 완화는 아직 이르다”고 못박았다.

수치 여사와의 만남에서는 여성 특유의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여주고, 관계 당국자와 회담에서는 강경 노선을 적극 피력한 ‘여걸’ 클린턴. 미얀마와의 관계 개선으로 중국의 심기를 다시 한번 건드림으로써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 다지기에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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