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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친모살해
“1등 안하면 밥도 먹지마”

성적위조 들통날까 노심초사

잠자던 모친 흉기로 찔러

시신 집안에 8개월간 방치

중학교 때부터 줄곧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온 A(18)군은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통했다. 학교 친구와도 관계가 원만해 친구를 집으로 데려오는 등 학교생활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A군은 23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 B(51)씨를 살해하고 사체를 8개월 동안 방치한 혐의로 체포됐다. 모범생으로 통하던 A군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 때부터 전국 석차가 4000~5000등에 들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던 A군은 5년 전 부모가 별거하면서 어머니의 지나친 관심으로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를 받았다.

급기야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전국 석차를 62등으로 위조해 보여주면서 B씨의 잔소리를 피해왔다.

평소 B씨는 항상 1등을 해야 한다며 A군을 채근하면서 성적이 떨어지거나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저녁식사를 주지 않았다. 때로는 야구배트와 홍두깨 등을 이용해 A군을 폭행하는 등 과중하게 학업 스트레스를 유발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14일 학교에서 대학 진학상담을 위해 부모를 모셔오게 되면서 성적을 위조한 것이 들통날 것이 두려웠던 A군은 13일 일요일 오전 11시께 범행을 결심했다. 안방에서 낮잠을 자던 B씨의 왼쪽 눈을 찔렀으나 저항하자 목을 조르려 했고, 이도 여의치 않자 다시 흉기를 집어들고 어머니를 찔러 그 자리에서 사망케 했다.

A군은 어머니가 숨지자 그대로 안방에 사체를 방치했다. 여름에 구더기가 일고 냄새가 나자 공업용 본드로 안방 문틈새를 완전히 봉인했다. A군은 사체가 부패돼 가는 중에도 집으로 친구를 데려와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며 범행을 눈치채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A군의 범행은 별거 중이던 아버지가 집으로 찾아오면서 드러났다. 별거 이후 월 100만원가량의 생활비를 보내오던 아버지는 지난 6월 전화를 걸어 B씨의 행방을 묻었다. A군은 “가출했다”고 둘러대며 당시 상황을 모면했다. 평소 왕래가 없던 부친은 5개월이 지난 11월 22일 집을 찾아왔으나 A군이 당황해하며 문을 걸어잠그고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119 소방대에 연락해 문을 열고 들어갔고, 현장에서 A군과 B씨의 사체를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A군은 이번 수학능력시험에서 평소와 같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의 지인은 “서울대를 지원했어도 될 실력”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A군에 대해 존속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24일 영장실질심사가 있을 예정이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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