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업계에 따르면 유진그룹은 지난달 6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을 하이마트 공동대표로 선임한데 이어 오는 30일 열리는 이사회에서는 대표이사 개임(改任)에 나선다. 개임이란 상법상 직위 교체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을 둘러싼 유진그룹과 2대 주주인 선종구 회장간 갈등이 표면화됐다. 유진그룹은 지난 2007년 말 하이마트를 인수한 뒤 4년간 창업멤버인 선종구 대표이사 회장에게 경영을 맡겨왔다.
문제의 발단은 이사회 안건 변경. 하이마트는 30일 임시주총과 이사회를 각각 열고 오는 12월로 임기가 끝나는 유 회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이어 현 의사회 의장인 유 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재선임하기로 했다. 또한 유진은 재무적투자자 지분 6.9%의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늘리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선 회장 측이 반발했다. 선 회장은 지난 22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유진그룹이 경영참여를 위한 임시주총과 이사회 개최를 무리하게 강행하는 등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유진그룹은 이에 대해 이사회 안건은 개임으로 변경, 사실상 선 회장 퇴진을 요구했다. 이 기회에 대주주로서 계열사 경영을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다.
유진그룹 측은 “인수 후 4년간 최대의 자율경영을 보장하고, 공동대표 선정도 합의로 진행했다”며 “선 회장 측이 입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다시 단독대표로 전환을 요구하는 등 대주주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행동을 해왔기에 개임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 하이마트 선종구 회장 |
선 회장 측은 “유진이 (경영권)을 믿고 맡겨줄 것으로 알았고, 열심히 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면서 “갑자기 유진이 공동대표, 콜옵션 행사, 해임안 상정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양측 갈등은 표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진그룹 우호지분은 유진기업 31.34% 등 32.40%, 선 회장은 17.37% 자신의 지분과 우리사주조합 등을 포함해 27.56%에 이른다. 중립성향의 재무적투자자와 일반투자 지분은 40.04%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표 대결에서는 1대주주인 유진그룹 측이 유리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일반투자자의 위임 여부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