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후 처음 맞는 새해. 일본의 연하장도 달라지고 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明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근하신년(謹賀新年)’과 같은 축하 메시지 대신 ‘힘내라, 일본’ ‘포기란 없다’ 등 희망의 문구로 채워지고 있는 것.
연하장 제작사는 일찌감치 자숙모드로 전환했다. 사진 첨부 연하장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후지필름은 일본의 부흥을 염두에 두고 연하장 표지와 속지 인사말을 준비했다.
회사 측은 “정형화한 문구나 ‘올해도 행복한 한해 되길’과 같은 연속성을 전제로 한 표현을 자제하고 ‘새해가 훌륭한 한해가 되도록’과 같은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편의점 1위 업체인 세븐일레븐은 ‘힘내라, 일본’의 문언을 넣은 신년 연하장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또 피해지역 주민을 배려해 전국 배포용 8개 디자인과 동북부만을 위한 연하장 20개를 따로 만드는 세심함을 보였다.
연하장을 이용해 피해복구 재원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통신ㆍ판매업체 카드박스는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문구를 넣은 연하장을 발매하면서 이를 주문하면 장당 10엔(약 150원)이 대지진 의연금으로 쓰여지는 기부 이벤트를 함께 실시하고 있다.
연하장은 보내지 못하지만 감사나 안부의 인사를 전하기 위한 무료 사이트도 개설됐다. 지난 8일 문을 연 안부편지 사이트는 피해지역 주민이 사이트에 게재된 엽서란에 글을 쓰면 인쇄비와 우송비를 받지 않고 수취인에게 전달해준다. 타 지역 거주자에게는 5장에 500엔을 받고 있지만 수익금 전액은 복구 재원으로 사용된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닛코 사는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재해지역을 고려해 직접 자원봉사자를 현지 가설주택으로 파견하는 대행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