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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 어떻게 키우라고…”직장맘 공황
“ 가습기·화학 물티슈·어린이집 폭력…잠못드는 엄마들

#1. 지난해 귀여운 딸아이를 출산한 직장맘 김모(33) 씨, 아이에겐 건조한 방이 나쁘다고 해 1년 내내 가습기를 틀며 지낸 그는 어느 날 자다가 가슴이 너무나 아프고 숨을 쉬기 곤란해 잠에서 깼다. 습도가 너무 높아서 생긴 일일까 싶어 가습기를 끈 그는 몇 달 뒤, 급성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보도를 보고 경악했다. 매일 가습기 닦으랬더니 시간 없다며 가습기 살균제를 넣으면 된다던 남편도 원망스러웠고 아이들이 사용하는 물품에 대한 위험 기준을 허술하게 만든 국가도 원망스러웠다.

#2. 3살짜리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회사로 출근한 양모(36) 씨는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아이들 키우는 집에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인 물티슈에 각종 화학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방송 프로그램을 접하자 그 공포감은 더욱 현실로 다가왔다. 그는 “아이들 관련 용품에 대한 안전 기준이 왜 이렇게 허술한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연일 계속되는 어린이용품 사건사고, 어린이집 폭력 소식에 직장맘들은 ‘공황’에 빠져들 지경이다. 특히 24시간 아이를 직접 돌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의 손을 빌려야 하거나 가습기를 씻을 시간이 부족해 살균제를 넣어주던 엄마들 사이에서는 자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년차 직장맘인 김 씨는 “부부가 직장에 다니다 보니 매일 가습기를 씻거나 물을 버리고 나올 시간도 없어 가습기 살균제를 써왔다”며 “보도를 본 뒤 옛날에 가습기 틀어놓고 자다가 숨을 못 쉴 것 같아 일어난 기억이 떠올랐다. 자칫하면 나는 물론 소중한 아기마저 잃을 뻔한 셈”이라며 분노했다.

김 씨는 이어 “최근에는 가습기를 자연 가습식 제품으로 교체하고, 매 주말마다 가습기를 주방세제로 씻어 햇볕에 말리고 있지만 이것도 혹시 무슨 문제가 있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역시 2년차 직장맘인 이 씨는 “물티슈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 애가 대변을 보면 항상 물로 씻겨주는 등 최대한 물티슈를 쓰지 않으려 한다”며 “이러다 보니 아기와 외출했는데 변을 봤을 때가 가장 문제. 항상 수유실이 있는 곳으로만 외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어린이 집 폭력사건을 보고는 ‘이럴 것 없이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애나 봐야겠다는 생각에 남편 월급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계산해봤다”며 “남편이 5년만 더 돈을 모으자 설득해 어쩔 수 없이 직장맘 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금 심정으론 로또라도 당첨돼 빨리 일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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