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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이코노미스트 “50년간 성장 이끈 한국의 4大 특질 변화중”
혁신과 기업가정신 필요

전쟁의 폐허를 딛고 1960년~2010년까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선 혁신과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정상에 도달한 한국 경제, 무엇을 해야 하나(What do you do when reach the top?)’란 제하의 분석기사에서 “한국의 영웅적 경제발전은 다른 나라의 본보기가 되고 있지만 이젠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 잡지는 우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한국의 성공을 치켜세웠다. 전후(戰後)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아프리카 최빈국 수준이었으나, 올해 말이면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1750달러로 유럽연합 평균(3만1550달러)보다 높아진다고 추산했다. 아울러 경제성장과 함께 민주화도 이룩했으며, 지니계수(계층간 소득불평등 지수)로 볼때 캐나다보다 나은 것으로 나타나 평등도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이러한 과거의 성공을 이끈 한국 경제ㆍ사회 분야의 특징이 모두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만의 특징으로 ▷스타하노프(기준 노동력의 14배를 채석한 광부 이름을 딴 노동운동)식 노동력 ▷강력한 재벌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 ▷높은 사회적 응집력을 꼽을 수 있지만, 더 이상 순기능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네덜란드나 독일의 1.5배에 달하는 노동을 하는 한국은 향후 근로시간을 줄이고 숙련된 인력을 늘리는 과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재벌에 대한 비판이 날카로웠다. 분식회계, 불법정치자금 제공등으로 몸집을 불린 경향이 있는 대기업들은 오너를 위해 수많은 사장급 임원이 비서로 일해왔다고 썼다.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사장이 후계자로 지목돼 있지만, 그가 경영에 관한 통찰력이 없으면 나라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더욱이 재벌이 혁신과 기업가정신을 질식시키는 조짐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학과)의 말을 빌어 “재벌 기업들이 벤처업체의 머리 좋은 인재들을 낚아채 평범한 직장인(company man)으로 바꿔놓고 있다”면서 “숲에서 햇빛을 모두 차지하는 재벌이라는 나무 아래에서는 아무것도 자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잡지는 또 소득불평등으로 인해 응집력도 약해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로 최상위층 10%와 최하위층 10% 사이의 소득을 들었다. 이와 함께 노령인구의 빈곤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 사회적 지출을 늘리는 게 과제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 모델의 문제점 때문에 한국이 성취한 성과나 한국의 지속적인 힘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며 “한국이 구텐베르크보다 2세기 앞서 금속활자를 개발했던 것처럼 내재된 혁신의 자질을 앞으로 끌어낸다면 앞길이 더욱 빛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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