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口話로 공부하니 이해 힘들고 수업 맥도 끊어져…
4년제 대학 진학 꿈도 못꿔

아예 낮은수준 가르치기도

서울 지역 한 농학교의 고등학교 3학년 교실 풍경. 교사가 수화(手話)와 구화(口話)를 섞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몇몇 학생은 교사의 입술을 쳐다보며 눈을 찡그려가며 판서 내용을 적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엎드려 있거나 딴짓을 하고 있다. 이 학교 김모(19) 양은 “일반 고교에서 배우는 것과 똑같은 책을 펴놓고 수업하지만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실력을 고려해 낮은 수준의 내용을 가르친다”며 “그것조차 선생님이 수화를 쓰지 않고 말로 하면(구화를 사용하면) 따라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양은 3학년 전체 학생 중 석차 1등이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를 치면 6등급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처럼 청각장애 학생에 대한 수업 수준이 낮아지는 것은 이들의 학습 능력이 비장애인이나 여타 장애인에 비해 떨어진다는 교육계의 지배적인 평가 때문이다. 실제로 청각장애 학생 중 4년제 대학, 특히 명문대를 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특수교육계 등에서는 그 원인을 구화가 주가 되고, 수화가 보조가 되는 일선 농학교의 수업 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수화를 쓰는 것이 두뇌 발달적인 측면에서 구화보다 우수하다는 것이다. 이미혜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은 “청력이 부족한 청각장애인에게 음성을 통한 의사소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협회는 지난 2006년부터 농학교 교사들에 대해 수화 통역 자격증을 의무화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특수교사 자격증이 있으면 시각 등 다른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에서 교원으로 활동할 수 있어 교원에게 자격증을 강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특수학교 교장은 “학습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선생님들이 다 수화에 능통하다”고 반박했다.

신상윤ㆍ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