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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 수능 최고령 도전자…71세 이상옥 할머니의 응원 메시지......“칠순인 나도 하는데…청춘이여 희망을…”
6·25때 아버님 여읜 후\n배움기회 놓쳐 평생恨으로\n\n2007년 우연히 중학교 입학\n새벽 4시 일어나 예습·복습\n대학졸업후 유치원교사 꿈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9일, 올 수능 최고령 응시자인 이상옥(71ㆍ사진) 할머니는 마무리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오전 수험표를 받으러 출신학교인 서울 염리동 일성여고에 온 이 씨는 “오늘(9일)은 노트 정리한 걸 중점적으로 보면서 컨디션 조절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남보다) 늦게 공부한 만큼 열심히 했다. 최선을 다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씨가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지난 50여년간 가슴에 품었던 ‘못 배운 한(恨)’ 때문이었다. 그는 “전쟁을 겪으면서 아버지가 실직하고 그만 배움의 기회를 놓쳤다”며 “결혼하고 1남3녀를 낳고 더 이상 공부는 못하리라 생각했다. 자식들을 대학까지 보내고 남편 뒷바라지를 하다 배움의 기회는 없어지는 듯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던 이 씨의 인생은 지난 2007년 달라졌다. 그해 10월 우연히 만학도 주부를 위한 학교인 일성여중고 이야기를 듣고, 다음 해 3월 입학했다.
이 씨는 당시 입학식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감격에 겨웠어요. 못 배워서 받았던 설움, 영어 앞에서 까막눈이 됐던 부끄러움, 여러 기억이 흘러가더라고요. 이젠 ‘설움의 세월도 끝이구나’ 싶었죠.”
일흔을 바라보는 ‘늦깎이 여중생’은 누구보다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다. 등교 시간이 오전 9시지만, 이 씨는 오전 8시10분까지 왔다. 정리한 노트를 미리 보기도 하고, 교실 정리도 도맡아 했다. 방과 후 1시간 동안 복습, 새벽 4시 기상해 1시간 동안 예습을 매일 잊지 않았다. 조현분 담임교사는 “(이 씨는) 학교 성적도 중상위권이었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대단히 강했다”며 “다른 학생들이 보고 배울 만큼 모범이 되는 학생”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 씨가 좋아했던 과목은 한문. ‘한자 활용’도 6급부터 1급까지 취득하는 등 각종 한자자격시험에서 급수를 따 ‘한자 4관왕’이라고 불리며 학교에서 상도 받았다.
이 씨는 학교를 입학할 때까지는 대학 입학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고등학교까지만 생각했는데 내일 수능까지 치르게 됐다”면서 “자꾸 공부하다 보니 조금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의지를 다졌다.
가족들은 이 씨가 “공부를 계속한다”고 하자 누구보다 기뻐했다. 그는 “남편의 지원이 가장 고마웠다”며 “시험을 칠 때면 대신 장도 봐 줬다”고 전했다.
이 씨는 유치원 교사가 되는 게 목표다. 숭의여대 가족복지과 수시2차 모집에 원서를 낸 상태다. 그는 “졸업 후 나온 자격증으로 큰아들 내외가 운영하는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싶다”며 웃었다.
이 씨는 인터뷰 말미에 젊은이들에게 꼭 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학교 가는 길에 골목길이 있어요. 골목길을 지나가면 한 번씩 중고생 같아 보이는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곤 해요. 그럴 때면 가서 좋게 타일러요. ‘못 배운 50년이 얼마나 후회스러운지 아느냐, 칠십이 넘은 나도 이렇게 하는데 마음을 다져라’라고.”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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