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내년 총ㆍ대선을 위한 야권 통합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나머지 야권세력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당장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도부가 당 분열을 획책하고 있다는 비판 마저 나오고 있다. 통합을 위한 시도가 자칫 내부 분열을 가속화해 과거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야권에서는 통합을 하지 않으면 내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통합의 방법과 주도권 문제에 있어 민주당 지도부와 나머지 세력 간의 시각차는 뚜렷하다.
손 대표가 내놓은 방안은 민주진보 진영의 통합 방식 논의를 위해 이달 말까지 민주진보 통합정당 추진기구를 구성하고, 12월 말까지 민주진보 통합정당을 결성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별도의 전당대회를 열지 않고 한 번에 야권통합 전당대회를 열자는 게 손 대표의 의중이다. 장외 친노세력인 ‘혁신과 통합’ 역시 손 대표의 제안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통합과 관련해 어떤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던 민주당 지도부의 결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민주당 내 일부 세력과 진보정당들은 손 대표의 제안을 평가 절하했다.
당장 ‘친손(親孫)계’로 분류되던 김부겸 의원부터 “서울시장선거에 후보도 내지 못한 정당인데, 내부문제 해결을 위한 과정을 위한 빠져 있다”며 “자체 전당대회를 먼저 치러 내부 문제를 정리한 다음 야권 통합 전당대회로 나가야 한다”고 반발했다.
김 의원과 함께 차기 당권을 노리는 호남계 박지원 의원 역시 “통합을 추진하는 동시에 민주당 전당대회를 치르는 투트랙 방식이 돼야한다”고 밝혔다.
우제창 의원은 “통합을 남용해 쇄신을 모호하게 만드는 그 어떤 행동도 용납 할 수 없다”다며 “지도부가 사퇴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 당권주자들도 ‘원샷 통합전대’ 치러질 경우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자체 전대를 먼저 치를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손 대표도 회의석상에서 “통합 전대를 다음달 18일 이전에 치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손 대표가 제안한 통합 방식이 현 시점에서 ‘야권대통합’을 일궈내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게 중론이다. 지지율 하락과 당내 조직 기반이 취약한 손 대표가 통합 주도권을 쥐기 위해 급조한 방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호남계 한 의원은 “친노세력과 함께 통합과정에서 호남세력을 누르기 위한 술수”라며 “선거가 끝나자 마자 다시 호남죽이기에 나서는 꼴”이라고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다.
이같은 당내 불만에 대해 손 대표의 핵심관계자는 “대통합을 말하고 있지만 이념ㆍ정체성이 같을 수 없는 세력은 통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맞다”며 “현실적으로 (이들을 배제한) 중통합이 대통합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wb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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