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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연수 국민노총 초대 위원장, 노동운동 패러다임 바꿀까
2일 고용노동부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조합 총연맹(약칭 국민노총)’은 노동계 지형을 바꿀 변수로 꼽힌다. 지난 16년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양분되어온 우리나라 노동계에 ‘합리적 노동운동’을 표방하는 국민노총이 비집고 들어오면서 노동 상급단체가 본격적인 경쟁관계로 접어들게 됐다.

이 같은 지형 변화의 중심에는 정연수(56) 서울 지하철 노조위원장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1일 국민노총 설립총회에서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정 위원장의 노동 운동은 제 3의 노총으로 불리는 국민노총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정 위원장이 제 3 노총의 길을 걷게 된 것은 과거 노동운동의 반성에서 시작됐다. 그는 서울지하철 노조 내부에서도 ‘실리파’나 ‘온건파’로 분류되는데, 지난 87년 서울지하철노조가 출범할 당시 법규부장을 맡을 정도로 노조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한국노총을 탈퇴하고 투쟁 일변도로 바뀌어가는 노조를 보면서 집행부 활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합리성을 이야기하면 협조주의자로 공격받는 상황에서 더이상 그의 역할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그는 3대 집행부에서 법규부장 역할을 거부했다. 정 위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그들은 투쟁을 통해서 얻는 것만이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문제가 있는 사고라고 생각했다. 잘못된 운동이라고 판단해 손을 뗐다”고 기억했다.

투쟁 일변도로 치닫던 서울지하철노조는 이후 12차례에 이르는 파업을 펼쳤다. 그리고 시민들로부터 ‘파업철(罷業鐵)’이라는 오명을 듣게 됐다. 그러는 동안 서울지하철노조의 사업장인 서울메트로는 4호선까지만 운영이 한정됐고 나머지 노선 운영은 다른 사업자에게 돌아갔다. 정 위원장은 “우리가 8호선까지 다 설계했는데, 노조가 자꾸 갈등하고 분규하니까 다른 조직에 넘겼다. 결국 조합은 손해를 본 것”이라며 강성 노동운동의 결과를 설명했다.

투쟁 일변도의 과거 노동 운동에 대한 치열한 반성은 새로운 노동운동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졌다. 1999년 ‘싸우지 않고도 얻을 수 있다’고 나선 배일도 위원장을 배출했고 2009년부터 올해까지 정 위원장의 3연임을 이끌었다. 결국 서울지하철노조는 올해 4월 조합원 투표를 통해 53%의 찬성으로 민주노총 탈퇴를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민주노총 설립을 주도한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는 노동계에서 그 만큼 상징하는 바가 컸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모두 겪은 국민노총이 어느정도나 노동계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선 100개 사업장과 3만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했다. 향후 현대중공업이나 KT 노조의 참여도 예상되고 있다. 국민노총이 기존 양대 노총의 대안 세력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 위원장의 여러 차례 밝혔던 것처럼 정부나 정치권과 거리두기를 명확히 해야할 것이다. 

<박도제 기자 @bullmoth>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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