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5억원 모았는데…월가 시위대 고민, 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된 반 월가 시위가 의외의 고민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달 17일 시위를 시작한 이래 5주 동안 모인 50만달러(5억5600만원)의 기부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다. 시위대는 초기에는 예산이 없어 누군가가 사다 준 피자 등으로 연명해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세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기대 이상으로 많은 기부금이 걷히면서 돈의 사용처에 대한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지도부와 조직이 없는 점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겨온 시위대가 새삼 조직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위대의 재무팀은 최근 기부금 처리 방안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변호사, 회계사와 접촉 중이다. 세금 혜택을 위해 법인화도 고려하고 있지만 이는 시위대가 금기시하는 집행부 구성의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적지 않다. 현재로서는 집행부가 없는 상태다. 중요한 사안은 매일 밤 소집되는 총회에서 결정되고 지출이 필요한 경우 총회의 동의를 거친다. 총회에는 누구나 참석할 수 있으며, 표결권도 1인 1표로 동등하게 배분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시위대의 의사결정 과정을 이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정치권 만큼이나 힘들게 만든다. 지난 21일 밤에 열린 회의가 그랬다. 이날 한 그룹은 내달 11일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센트럴 파크 점령 시위를 갖자고 제안했다. 홍보용 스트커 9만2000장을 인쇄하기 위해 2000달러를 모금하자는 안도 함께 내놨다.

이에 참석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시위를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왜 그렇게 많은 스티커가 필요한지, 스티커 대신 이메일을 활용하면 안되는지, 스티커 재질은 무엇으로 할지, 너무 많은 스티커가 낭비는 아닌지 등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회의는 결국 모금액을 절반으로 줄이고 이번 행사가 배출할 쓰레기 만큼 다른 공공장소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제거하기로 합의가 이뤄진 후에야 종료됐다.

브루클린 출신의 작가인 크리스 콥은 “기부금이 이만큼 모일 줄 몰랐다”면서 “이제 집행부가 필요하다. 텐트를 옮기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문제까지 일일이 표결로 처리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워싱턴에 있는 비영리단체인 세계정의연맹(AGJ)은 기부자들이 세금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시위대에 세금감면 지위를 대여하기로 몇주 전에 합의했다고 WSJ는 소개했다.

이는 시위대가 가진 기부금의 집행에 관한 결정권이 AGJ 이사회에 있음을 의미하지만, AGJ는 시위대가 세금 혜택의 대상이 아닌 곳에 돈을 쓰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입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시위대는 회계사 등의 조력을 받아 기부금을 사용할 때마다 영수증을 받고장부에 기록하고 있다. 모든 지출 내역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AGJ의 추크 카우프만 공동대표는 “시위대는 과거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는데 나름대로 진지하고 책임감 있게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m.oc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