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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스 전기 발간>“경호원 두라고? 그게 사람사는 집인가”
동양사상 심취 금욕적 생활

癌수술 거부 말년엔 후회도

스티브 잡스는 약 70억달러(한화 8조3000억원)를 유산으로 남겼다. 하지만 그의 삶은 돈 많은 사람들이 사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수행원이나 개인 경호원도 두지 않았다. 더이상 직접 운전을 할 수 없을 만큼 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지는 항상 손수 운전을 했다.

그의 이런 금욕적 삶은 그가 젊은 시절 심취했던 동양적 사상(선불교)과 히피문화, 인문학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탓이다. 잡스는 “다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보안과 안전에 세세하게 신경을 쓴다. 심지어는 집에도 경호원을 둔다”며 “그게 어디 사람 사는 것이냐. 미친 짓이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집은 단출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집 침실에는 옷장과 매트리스, 식당에는 카드놀이용 테이블과 몇 개의 접이의자가 전부였다. 빌 게이츠가 잡스의 집을 방문해 “가족 모두 여기서 사는 거예요?”라고 물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잡스는 자신의 집 뒷문을 낮동안은 열어 놓기도 했다. 불교가 그에게 남긴 교훈은 풍요로운 물질적 삶이 결국엔 삶을 방해한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평생을 채식주의자로 산 것은 ‘작은 지구를 위한 식습관(프랜시스 무어 라페)’을 읽고 난 뒤부터였다. 잡스는 “그 책을 읽고 육식을 영원히 멀리하기로 결심했지요”라고 말했다. 그는 식습관에 광적으로 집착했고 단식을 통해 신체가 깨끗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잡스는 “소화시킬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엄청난 활력을 줄 수 있다. 단식 중이던 한때 나는 언제든 벌떡 일어나 샌프란시스코까지 걸어갈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암 선고를 받은 다음에도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잡스는 “그들이 내 몸을 여는 것이 싫었다. 다른 방법들이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려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근과 과일 주스 위주의 엄격한 채식 식단을 고집했고, 다양한 침술과 약초 요법, 빈번한 장세척 등도 병행했다. 잡스는 말년에 자신이 좀 더 일찍 수술을 받지 않은 사실에 대해 후회한 것으로 알려진다.

광적으로까지 보이는 그의 디자인에 대한 강박도 그의 행적 여기저기에서 느껴진다. 스티브 잡스가 입원했을 당시 의사가 잡스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려 하자, 잡스는 마스크를 벗으면서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쓰기 싫다’고 말했다. 잡스는 다섯 종류의 마스크를 가져오라고 해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마스크를 썼다. 죽을 때까지 그는 괴짜였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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