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심재돈)는 17일 이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뇌물공여 및 명예훼손 혐의를, 신 전 차관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SLS그룹의 자산상태를 속여 12억 달러의 선수환급금(RG)를 수출보험공사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900억의 비자금도 조성한 혐의도 잡아냈다. 이번에 드러난 비자금은 지난 2009년 창원지검 수사 때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명절 떡값 명목으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에 5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건넸다고 주장한 부분은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됐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신 전 차관 금품수수 의혹은 1억원의 SLS그룹 법인카드를 신 전 차관이 쓴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10억원대라던 이 회장과 1000만원 정도였다는 신 전 차관의 말과 모두 달랐다. 검찰은 이 회장이 제출한 SLS그룹 해외법인카드 사용내역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여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당초 신 전 차관에 대해선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될 것이란 관측과 달리 검찰은 뇌물수수로 봤다. 신 전 차관과 이 회장 모두 대가성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알선 명목을 밝히기 어려운 만큼 적극적인 법리해석을 통해 포괄적 뇌물죄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보겠다는 것이다. 포괄적 뇌물죄는 구체적인 청탁이 없어도 포괄적 대가관계가 인정되면 범죄가 성립된다. 특가법상 뇌물은 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의 중범죄로 다뤄진다. 특히 알선수재는 돈을 준 사람을 처벌할 수 없지만 뇌물수수는 그렇지 않아 이 회장에게는 뇌물공여 혐의가 자연스럽게 덧붙었다.
SLS그룹 워크아웃 과정이 ‘기획수사’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혀달라며 연일 폭로를 이어간 이 회장으로선 이번 검찰 수사로 궁지에 몰린 셈이다.
문제는 신 전 차관이다. 언론사 부장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승승장구하며 ‘실세 차관’으로 불릴 만큼 신 전 차관의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비록 지난해 문화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했지만 법조인이 아님에도 대형 로펌 고문으로 영입된 사실은 그의 영향력이 여전함을 방증하고 있다. 검찰은 이런 신 전 차관이 여러 포괄적인 청탁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권노갑 전 의원 정도다. 대통령이나 거물 정치인 처럼 직무 영역이 광범위한 경우에 드물게 적용된 것이다. 때문에 신 전 차관이 행사한 추상적인 영향력이 문화부 차관이란 구체적으로 명시된 직무 영역을 얼마나 넘나들었는지가 법적 판단에 중요하게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신 전 차관과 이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19일 오후 2시30분 서울중앙지법 319호에서 열린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