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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섹시한 춤 추면 좋은 자리로 보내줄게…”
부서장 황당지시 분통 불구

인사 불이익 무서워 반대못해

업무시간에도 수차례 연습

관계자 “자발적으로 한 것”


관세청 여직원 이윤옥(가명ㆍ25) 씨 등은 지난 8월 해당 부서장에게 불려가 황당한 말을 들었다.

부서장은 “개청기념 체육대회를 하려 하니 치어리더 의상을 입고 자극적인 춤을 춰라”고 ‘지시’했다. “잘하면 좋은 데로 보내주겠다”는 말까지.

이 씨는 “수년간 공부해서 꿈에 그리던 공무원이 됐는데, 짧은 치마를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분통을 터뜨렸지만 거부할 수는 없었다.

관세청이 지난 8월 말 관세청 개청기념 직원체육대회에서 사실상 강제적으로 10여명의 여직원에게 치어리더 의상을 입히고 선정적인 춤을 추게 해 물의를 빚고 있다.

동원된 여직원들은 지난 8월 27일 천안시 관세국경관리연수원 대운동장에서 1000여명의 관세청 직원들이 참가한 체육대회 날 하루 종일 짧은 치마의 치어리더 의상을 입고 경기를 응원했다.

이 씨는 “허벅지가 다 드러나는 치마를 입고 남자직원들 앞에서 엉덩이를 흔드는 춤을 추며 심한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씨를 비롯한 근무경력이 짧은 여직원들은 행사 준비를 위해 퇴근 후, 심지어 업무시간에도 불려다니며 일주일에 많게는 5차례씩이나 춤 연습을 해야만 했다.

행사 담당자는 ‘자극적인 게 좋다’는 말과 함께 맞춰 쓸 음악까지 골라 연습시켰고, 치어리더 의상은 체육대회 며칠 전부터 입기 시작했다.

일부 여직원들은 ‘업무량이 많다’ ‘몸이 아프다’ 등의 이유를 들어 소극적인 거부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말은 “뭐 때문에 안 되는지, 어디가 아픈지 구체적으로 얘기해라. 이것도 업무다”였다. 참여하기 싫은 여직원들은 인사가 걸려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관세청은 청의 특성상 내륙지엔 자리가 별로 없기 때문에 직원들은 ‘외지 발령’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륙 발령을 원하는데 인사권자가 “잘하면 좋은 데로 보내주겠다”고 사실상 강요하면서 동원된 여직원들은 “수치스럽지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헤럴드경제가 관세청에 전말을 묻자 관세청 관계자는 “체육대회 때 치어리딩을 하는 건 사실이지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한 것”이라며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공무원노조 박은희 여성위원장은 “명확한 성희롱이다. 체육행사 때의 치어리딩이 업무와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는 판단을 해봐야 할 문제겠지만 여직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동원해 치어리딩을 시킨 것, ‘치어리딩을 잘하면 좋은 데로 발령을 내주겠다’고 한 것은 분명히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도 “여성직원에게 치어리딩을 요구하고 인사 조치를 언급한 것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한 고용에서의 차별, 또한 이 과정에서 해당 직원이 수치심을 느꼈다면 성희롱 여부를 판단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팀/ry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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