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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식들에 부담주기 싫어…나 죽으면 구청서 거둬가겠지”
눈치보여 독립했지만

가슴속 외로움 너무나 혹독


혹시라도 안부 전화올까봐

매일 매일 전화기 앞에만


‘엄마 죽으면 화장해줄께’

그 한마디라도 듣고 싶어…



‘따르릉’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가장 큰 기쁨인 사람들이 있다. 반면 전화벨 소리가 버거운 이들도 있다. 가족과 끊어진 인연 한가운데 망연자실한 독거노인과 부모를 떠나 보낼 수밖에 없는 그 자녀들이 바로 그들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1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독거노인은 102만1008명으로 지난해 총 가구구성비의 6.0%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 54만3522명으로 전체의 3.7%를 차지했던 독거노인 가구가 10년 새 갑절 가까이 증가했다.

독거노인가구 증가 추세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수록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통계청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2026년에는 독거노인이 198만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1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100만명이 훌쩍 넘는 노인들이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는 외로움, 죽음을 앞둔 공포와 싸우고 있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노인들의 ‘고독사’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셈이다. 천륜을 저버린 자식들도 괴롭지만 나름대로 혹독한 사정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서동명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인들이 많이 줄어든 반면, 외로움을 호소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며 “경제적인 도움에만 치중하기보다는 부족한 인간관계를 채워 이들의 외로움을 감소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사회복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독거노인 100만명 시대’의 암울한 현실을 홀로 사는 노인들과, 부모를 저버릴 수밖에 없는 자식들을 통해 재조명해 본다.

서울 상도동에 혼자 사는 조연숙(85ㆍ가명)할머니는 죽음도 삶만큼이나 고통스러울까봐 두렵다. 따로 사는 외동딸이 “죽은 뒤까지 걱정 말고 살 만큼 살아요” 한마디만 해 줘도 좋으련만 야속한 딸은 아무 말도 않는다. 조 할머니는 “나 죽고 딸이 (시체를) 거둬가지 않으면 구청에서 치우겠지”라며 무덤덤하게 말하면서도 “사실 정말로 그렇게 될까봐 두렵고 괴로워”라고 털어놨다.

▶“ ‘엄마 죽으면 내가 화장해 줄게’ 그 한마디만 듣고 싶어요” =조 할머니는 서울 상도동의 전세 1500만원짜리 단칸방에 사는 독거노인이다. 술에 찌들어 살던 남편은 오래전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이후 조 할머니는 결혼한 딸의 집에 얹혀 살았다. 딸과 사위, 손자와 함께 사는 삶이 마냥 행복하진 않았다. 손자가 점차 커 갈수록 좁은 집에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눈치가 보였다.

조 할머니는 손자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자 먼저 “이제 나 혼자 살까 한다”고 말을 꺼냈다. 딸도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 전세방을 얻어 독립한 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스스로 홀로 사는 길을 택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가슴 깊이 스며드는 외로움은 마치 엄동설한의 칼바람처럼 혹독하기만 하다.

그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혹시 울릴지 모를 전화기 곁에서 보낸다. 조 할머니는 “매일 딸의 전화를 기다려. 그런데 먼저 전화가 걸려오는 일은 거의 없지”라며 “사주팔자에 인덕이 없는지 딸도 무관심하네. ‘엄마, 죽었소 살았소’ 물어볼 만도 한데…” 라고 쓸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딸이다. 조 할머니는 “아무리 냉정해도 항상 보고 싶지. 매일 먹어도 또 먹고 싶은 물같이 늘 생각나.”

딸이 그리워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할머니는 전화기를 들고 딸의 휴대폰 번호를 누른다. “그냥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전화를 거는 거야. 막 엉뚱한 소리를 하면서라도…”

10년째 혼자 살고 있는 조연숙 할머니가 곰팡이 핀 1500만원짜리 전세 단칸방에서 초라한 세간 사이에 앉아 있다. 조 할머니는 “혼자 사는데 죽는 게 사는 것만큼 고통스러울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외로움 이기려면 모여서 서로의 삶 나눠야” =17년 전 이혼한 이후로 계속 혼자 살고 있는 이무석(65) 씨는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외로움을 이겨내고 있다.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밀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도봉노인복지관에서 만난 이 씨는 여느 노인들과 달리 활기가 넘치고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기 때문”이라고 비결을 말했다.

이 씨는 이혼한 뒤부터 남을 도우며 살기로 마음먹고 치매노인 활동 보조를 시작했으며 현재는 복지관의 장기바둑실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외로운 노인들의 말벗이 돼주고 있다. 또 복지관에서 요리를 배우는 등 배움에도 열심이다.

그도 한때는 지독한 우울증을 앓았다. 17년 전 가족들과 헤어지면서 받은 충격 때문이다. 그는 자원봉사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했다. 그는 “혼자 남겨진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어떤 비타민보다 나에게 활력을 준다”고 말했다. 이 씨는 “외로울수록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 ‘이튼 동물기’ 등 동화를 자주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자영ㆍ박병국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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