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윈저의 고향’ 스코틀랜드 로얄 라크나가 증류소를 가다
[에버딘(스코틀랜드)=최남주 기자] 23일 스코틀랜드 에버딘 공항에서 자동차를 타고 서부 하일랜드 방향으로 2시간 가량을 달려가면 디사이드(Deside) 지역에 위치한 로얄 라크나가(Royal Lochnagar) 증류소를 만날 수 있다. 이곳 로얄 라크나가는 한국인이 즐겨 마시는 윈저의 원액을 생산하는 증류소다. 강과 울창한 숲 사이에서 수줍은듯 자리한 로얄 라크나가 증류소를 들여다봤다.

▶로얄 라크나가 증류소에 가보니=166년 역사를 자랑하는 로얄 라크나가 증류소에 들어서는 순간 강력한 위스키 냄새가 날 것이란 예상은 산산히 깨졌다. 나무로 만든 대형 숙성실에 들어서자 위스키 대신 구수한 누룩 냄새가 코 끝을 진동했다. 자연샘물과 발아된 보리와의 결합을 통해 맥아(엿기름)이 형성되면서 단냄새가 배어나고 있는 것. 이 과정은 우리나라 막걸리나 식혜를 담는 과정과도 비슷했다.

숙성조에선 물을 여러차례 첨가하면서 당화(Mashing) 과정을 거친다. 당분을 최대한 많이 추출하기 위해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생성된 당화액을 발효통에 넣고 효모를 첨가한 뒤 섞느라 기계가 분주하게 돌아갔다. 48시간 발효 과정을 거치며 열, 이산화탄소가 결합되면 흰 거품이 내뿜어지면서 발효액이 만들어졌다. 


이 때까지는 막걸리 생산과정과 비슷했다. 발효액의 알코올 도수도 막걸리와 비슷한 6~8도라고 앤드류 로얄 라크나가 공장장은 설명했다. 발효조에서는 당화 과정을 거친 갈색의 액체가 나팔관 모양의 스테인리스 탱크로 들어갔다. 이 탱크가 바로 황동으로 만들어진 5m 높이의 증류조다.

증류소에선 누룩 냄새 대신 위스키 향이 진하게 풍겼다. ‘워시 스틸’이라고 불리는 2개의 증류기에선 발효액이 1차(알코올 23~24도)와 2차(80도) 증류하며 위스키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바로 위스키의 전단계인 스피릿이다.

증류 과정을 거친 스피릿은 여러 차례 물을 혼합한 뒤 정제된 알코올 도수 63.5도짜리 위스키 원액으로 변했고, 이 원액은 오크통에 담아져 숙성에 들어갔다. “오크통에 들어간 스피릿은 3년이상 숙성된 뒤 비로서 위스키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고 마스터 블렌더인 더글라스 머레이씨는 설명했다.


▶’윈저의 고향‘ 로얄 라크나가는?=1845년 설립된 로얄 라크나가 증류소는 ‘윈저’ 위스키의 원액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 증류소는 연간 50만ℓ의 위스키 원액을 생산한다. 이 곳은 세계 1위 주류업체인 디아지오가 소유한 증류소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다.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100여개의 증류소와 비교하면 끝에서 3~4번째 크기다. 


로열 라크나가 증류소는 규모는 작지만 세계 1위 위스키 그룹인 디아지오의 자랑거리다. 100개에 달하는 스코트랜드 증류소 가운데 겨우 3곳에 불과한 로얄 칭호가 붙는 증류소이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에 있는 100여개의 증류소 가운데 ‘로얄’이라는 칭호를 쓸 수 있는 곳은 로얄 라크나가를 비롯해 로얄 브라클라(Royal Brackla), 글레너리 로얄(Glenury Royal) 등 겨우 3곳에 불과하다. 로얄 라크나가가 ‘로얄’ 칭호를 받은 배경은 이렇다. 이는 1848년 증류소를 방문한 빅토리아 여왕과 왕실 가족들이 이곳에서 생산된 위스키의 맛과 품질에 반해 ‘왕실 인증서(Royal Warrant)’를 수여했기 때문이다. 당시 존 벡은 크게 기대하지 않고 여왕과 가족들을 초청했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존 벡의 증류소를 찾았던 것.

로얄 칭호는 일회성이 아니다. 빅토리아 여왕 이후 왕권을 잡게 된 에드워즈 7세, 조지 5세 등 영국 로얄 패밀리들은 대를 이어 로얄 라크나가에 왕실 보증서를 수여했다. 현대에 들어선 1995년 찰스 황태자가 증류소 설립 150주년을 기념해 방문하는 등 왕실의 계속되는 관심을 받고 있는 유일한 증류소가 바로 로얄 라크나가다.

로얄 라크나가가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윈저 XR’, ‘조니워커 블루’, 로얄 라크나가 등 디아지오가 자랑하는 최고급 위스키의 원액을 공급하는 메카라는 점이다.

/calltax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