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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산된 반값등록금…미등록 대학생 속출
정치권 논의 용두사미대출길도 막혀 허탈제적위기 대학생 늘어
정치권 논의 용두사미

대출길도 막혀 허탈

제적위기 대학생 늘어

이달 초 정부가 등록금 차등지원안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반값등록금이 좌절된 가운데, 일선 학교에서는 등록을 하지 못해 제적당할 위기에 처한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22일 한국대학생연합이 작성한 ‘학업 포기 대학생 구제 신청자 명단’에 따르면 서울지역 대학 중 이화여대 3명, 고려대 2명, 숙명여대 1명, 건국대 1명이 이번 학기 등록을 못해 제적 당할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각 대학 총학생회를 통해 확인된 것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례는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국대 국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22ㆍ여) 씨. 대학생활 3년 동안 3번의 대출, 2번의 휴학, 대출 원금만 1000만원이 넘는 이 씨는 결국 2학기 등록을 못했다. 이제 이 씨는 등록금 얘기가 나오면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이다. 이 씨는 “학기ㆍ방학을 가리지 않고 줄곧 밤에는 호프집에서 일을 하고 번역 아르바이트에 과외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도록 뛰어다녔지만 생활비와 등록금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학기 등록금은 이전 학기보다 20만원이 올라 350만원 선. 학교 측은 납입기간을 연장하고 분납을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지만, 여력이 안 되는 이 씨에게 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올해 이화여대 인문과학부에 입학한 김모(여ㆍ19) 씨. 파릇파릇한 새내기인 김 씨는 입학할 당시부터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을 통해 입학금 및 등록금을 마련했다. 2학기 역시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성적제한이 있어 국가학자금대출 제도는 ‘그림의 떡’이었고, 제2금융권은 높은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포기했다. 김 씨도 결국 2학기 등록금을 아직까지도 마련하지 못해 미등록인 상태이다. 김 씨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공부할 수 있을지가 막막하기만 하다. 이대로 학교를 떠나게 되기 전에 마지막 기대를 안고 학업포기 대학생 구제 신청서를 작성해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한대련 박자은 회장(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21일 건국대 학생회관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반값 등록금에 대한 논의만 무성했지 최근에 발표한 지원안도 결국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여전히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휴학하는 학생들이 다반사이고, 이제는 제적까지 당할 위기에 처한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학문의 자유를 돈으로 사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며 “정부와 대학당국이 이 학생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규정에는 등록을 못할 경우 학생을 제적하도록 하고 있어 대학 측이 연장한 납입기한 내 등록금을 내지 못하고 다른 구제책이 마련되지 못할 경우 이들 학생은 자동적으로 제적당하게 된다.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등록 기한을 연장하고 분납 방법을 안내하고 있지만, 그래도 등록이 어려운 경우 제적보다는 그전에 휴학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적 위기에 처한 학생들은 22일 오후 참여연대에서 학업포기대학생 증언대회를 갖고, 저녁 7시부터는 학업포기대학생구제호소 촛불집회에 참석할 계획이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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