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위기 고조
리먼사태 학습효과재정공조 가능성에 촉각
2008년 9월 15일 이후 3년이 지났지만 리먼브러더스의 망령은 여전히 살아 있다. 3년 전 리먼브러더스가 촉발한 신용위기는 지난해 유로존 재정위기로 옮겨붙었다. 그리스를 비롯한 유로존 부실 국가나 유럽 은행이 ‘제2의 리먼브러더스’가 되는 것은 아닌지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HFE)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칼 와인버그는 12일 리포트를 통해 “그간의 시간낭비로 그리스 디폴트를 막을 방법이 사라졌다. 유로존의 디폴트는 리먼 때처럼 세계 경제에 빠른 속도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에 많은 자금이 물려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SG)도 풍전등화다. 이 은행은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 등과 함께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을 강등당할 위기에 처했다. 프랑스 은행들은 그리스 대외부채의 41%인 569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SG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 등이 부도가 났을 때 손실을 보장해주는 금융파생상품으로, CDS 프리미엄은 부도위험을 나타낸다. 12일 소시에테제네랄은 주력사업 매각과 비용절감 등을 담은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물론 유로존 재정위기 국가 및 유럽 은행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세계 경제가 입을 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제2의 리먼브러더스’ 발생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 리먼 사태 이후 글로벌 경제가 불안에 떨 때마다 즉각적인 국제 공조가 이뤄져왔다. 이번에도 이 같은 기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유로 재무장관 회담에 참석해 국제 공조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김종수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리먼사태의 학습효과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금융 불안이 심화될 경우 유로지역의 정책공조는 유로본드, 재정동맹 등으로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