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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차표 알고보니 ‘유령 티켓’…귀성객 울리는 KTX카풀 사기
회사원 A(33ㆍ여) 씨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고향 갈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귀성객이 몰리면서 부산으로 가는 기차표가 다 매진된 것. A 씨는 고민하던 중 지난달 23일께 인터넷 카페(www.ktxcarpool.com)에 올라온 글을 보게 됐다. 10일 오전 11시에 출발하는 부산행 열차와 13일 오후 4시30분에 출발하는 서울행 열차의 동반석 표 구매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A 씨는 글에 쓰인 연락처로 문자를 보냈고 운 좋게도 상ㆍ하행선 모두 자리가 남아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망설임 없이 각각 3만5000원을 입금하고 고향 갈 생각에 들떠 있던 A 씨는 며칠이 지난 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10일 오전 11시 부산행 KTX 동반석 구매하신 분이 맞느냐”는 문자였다. 그와 동시에 “동반석 표를 구입한 사람인데 주선자가 사기를 친 것 같다. 없는 번호라고 뜬다”는 내용의 e-메일도 받았다.

불안해진 A 씨는 주선자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 없는 연락처였다. 하행선 동반석 표를 판매한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A 씨는 지난 4일 사이버경찰청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으며, 현재 종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그는 “주말에 고향에 내려갈 때면 해당 사이트에서 동반석 표를 자주 구매했다. 가끔은 내가 사서 판매한 적도 있었다”며 “황당할 뿐이다. 무엇보다 다시 표를 구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아찔하다. 앞으로는 일반 사이트에서 표를 구입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명절 때만 되면 반복되는 열차표 사기가 귀성객들을 울리고 있다. A 씨뿐만이 아니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KTX 동반석 할인’ 카페에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A 씨가 피해를 본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B 씨는 “상ㆍ하행 열차표를 구매했으나 입금 후 좌석 번호를 문자로 보내준 이후 판매자가 잠적했다. 전화, 문자 등 모든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명절 열차표 사기만 벌써 두 번째”라며 속상해했다.

지난 설 연휴 때 서울발 대구행 KTX 동반석 표를 구하려다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C(29) 씨는 “급히 표를 구해야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나쁜 범죄다. 한 번 피해를 본 이후로는 코레일 공식 사이트에서만 구입을 한다. 구하지 못할 경우는 고속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A 씨도 “코레일에서 동반석 표 신청을 받아 신청자 4명이 모이면 요금을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피해를 봤을 경우 소액이라도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유사 피해를 막는 방법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서 사이버수사대나 사이버경찰청 사이트 등을 통해 신고하면 유사 피해 사례 여러 건이 모여 수사가 수월해진다”며 “대부분의 피의자가 단순히 열차표만이 아니라 같은 계좌로 다른 종류의 사기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신고가 많을수록 수사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이 판매하는 열차표를 구매하기 전에 인터넷 사기 피해 조회 및 정보 공유 사이트 ‘더치트’(www.thecheat.co.kr) 등에서 판매자의 연락처와 계좌 번호를 검색해 이미 신고된 사기 피해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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