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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촌방향’ 유준상, “홍상수 감독과 영화할 때는 내일 뭘 찍을지 아무도 몰라요”
배우 유준상(42)은 육상으로 치자면 100m도 잘 뛰고 마라톤에도 능한 선수다. 

장르마다 호흡이나 감각이 딴판일텐데도 TV와 뮤지컬무대, 스크린 어디서도 호연이다. 영화에서도 강우석 감독의 ‘이끼’같은 장르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 있었던가하면 최근엔 홍상수 감독의 새로운 ‘페르소나’(작가의 작품 속 분신)로 떠올랐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이어 ‘하하하’를 거쳐 ‘북촌방향’(8일 개봉)에서 주연을 맡았다. 칸영화제에도 두번이나 다녀왔다. 2000년대 초반 TV드라마에선 내로라 하는 청춘스타들을 제치고 ‘결혼하고 싶은 남자’ 1위에 꼽혔을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누렸고,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무대에서도 최고로 섰다. 유독 영화와는 인연이나 운이 없었던 유준상이 영화에 대한 열망을 키우고 있을 즈음 만난 것인 홍 감독이다.

“감독님으로부터 매일 아침 그날 찍을 시나리오를 받아요. 내일 무엇을 어디서 찍을지 아무도 모르죠. 지금 촬영하는 상황이 전체 극 가운데 어떤 시점의 무슨 맥락에서 나온 건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홍상수 감독 만나 영화찍는다는 것은 배우로서 큰 행운이고 좋은 배움의 기회죠.”


홍 감독의 12번째 영화인 ‘북촌방향’은 한 영화감독이 서울 북촌에 사는 선배 감독을 만나러 올라왔다가 겪는 며칠간의 해프닝을 그린 작품이다. 우연처럼 반복되는 만남과 사람들, 술자리, 농담, 이야기들이 경쾌하게 펼쳐져 쉼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찌질한’ 욕망과 속물근성이 그려내는 인류학이 홍 감독의 초기 작품이었다면 편수를 더해갈수록 그의 작품은 우연, 반복, 차이, 기억, 재현 등의 키워드로 아이러니한 삶과 일상의 총체를 마치 ‘즉흥곡’처럼 그려나간다. 유준상은 홍 감독의 영화적 여정의 동반자로서 매력적인 ‘화학적 결합력’을 보여준다. 


최고의 TV스타일때는 ‘인기’를 몰랐고, 무대에서 정상일 때는 뮤지컬의 판세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5일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준상은 “돌이켜보면 시행착오를 많이 거쳤기 때문에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한국의 영화, 방송, 공연계가 가장 신뢰하는 배우가 됐다. 유준상은 홍 감독의 차기작 ‘다른 나라에서’와 비와 공연한 ‘비상: 태양가까이’의 촬영을 마쳤다. 또 민병훈 감독의 ‘터치’를 찍고 있으며 오는 11월엔 뮤지컬 ‘삼총사’의 앵콜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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