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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업계, 공정위 수수료 인하 압박에 백기는 들었지만 속내는?
대형 유통업체가 중소납품업체의 판매 수수료를인하하라는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의 설득에 백기를 들었다. 유통업계는 그동안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가능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공정위가 요구하는 수준의 수수료 인하는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6일 서울 은행회관 16층 뱅커스 클럽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판매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방안에 대해 말씀해주길 기대한다”며 단도직입적으로 핵심을 건드렸다.

그는 공동상품개발이나 상생기금 조성 등의 노력이 고맙다면서도 “중소납품업체와 국민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느끼고 있다”고 고삐를 바짝 조였다. 인사말을 제외한 본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간담회장 블라인드에 비친 실루엣으로도 공정위의 공세가 충분히 느껴졌다.

김 위원장은 미리 준비한 자료를 토대로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나서 달라고 촉구했고 실무자로부터 자료를 받아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상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실무자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직접 설명하게 하거나 업체 대표가 말하는 중간에 발언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유통업체 대표들은 경영자의 처지에서 볼 때 판매 수수료 인하 등을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지 돌아가며 각자의 의견을 펼쳤다. 김 위원장과 마주 앉은 이철우 롯데백화점 대표이사는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려는 듯 정면을 응시하기보다는 동종업계 대표나 공정위 실무자에게 차례로 시선을 배분하며 차분하게 업계의 논리를 설명했다.

하병호 현대백화점 대표나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 최병렬 이마트대표, CJ 오쇼핑 이해선 대표 등도 돌아가며 ‘지원사격’을 했지만 결국 공정위 쪽으로 기운 대세를 돌리지는 못했다. 결국, 2시간 가까이 진행된 간담회 결과 유통업체는 10월부터 중소기업기본법상중소업체의 판매수수료율을 3∼7% 포인트 낮추기로 합의했다.

세부적인 인하폭과 대상 중소업체를 각 유통업체가 실태를 고려해 정하게 한 것이 그나마 얻은 ‘재량’이다. 간담회에 참여한 한 유통업체의 대표이사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업계의 입장을 진지하게 설명했다”며 “이제 합의안을 어떻게 이행할지 자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아직 배경 등을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애초에 업계와 공정위의 시각차가 매우 컸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공정위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합의안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당혹스러운 반응도 있다. 수수료율을 낮출 경우 손실액 발생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판매수수료 인하폭을 3~7%포이트 인하할 경우 전체 영업이익의 3~5% 가량의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영업이익이 7948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0억~400억원 가량의 수익감소가 점쳐진다.

지난해 53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신세계도 수익감소액이 200억~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업체들에 대한 이같은 판매수수료 인하 조치가 소비자가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수수료 인하가 분명 중소협력업체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해당 협력업체가 이를 소비자가에 반영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백화점이나 할인점이 수수료를 인하해도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도현정 기자@boounglove>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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