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형사 피고인 10명 가운데 9명 가량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소 수치로, 피의자 불구속 수사 원칙이 정착단계에 이른 것을 뜻한다.
28일 대법원이 발간한 ‘2011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26만3425명의 1심 형사사건 피고인 가운데 구속자는 11.8%인 3만1015명으로 역대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2000년 46.1%에 달했던 구속자 비율은 2001년 45.3%, 2002년 41.4%, 2003년 37.
7%, 2004년 31.1%, 2005년 26.2%, 2006년 20.3%, 2007년 16.9%, 2008년 14.4%, 2009년 14.0%로 해마다 하향 곡선을 그렸다.
특히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이후 지난 6년간 불구속 재판이 한층 더 깊이 뿌리내린 것으로 평가됐다. 이 대법원장 재임 시기인 2007년 개정된 형사소송법 198조에는 피의자의 불구속수사 원칙이 처음 명문화됐다.
과거 수사는 피의자의 자백을 받아내는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구속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았지만 각종 금융기록, CCTV, 휴대전화 통화기록 등의 보편화로 증거취득 수단이 다양해져 구속수사의 필요성이 줄었다는 사회적 합의가 반영된 것이었다.
또한 유ㆍ무죄를 수사 과정이 아니라 법정에서 가리고 형사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해줘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와 불구속 수사 원칙이 강화된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줄었고 법원도 구속영장 발부에 더 신중을 기하는 추세가 이어졌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건수는 2004년 10만693건에서 2005년 7만4613건, 2006년 6만2160건, 2007년 5만9109건, 2008년 5만6845건으로 줄었다가 2009년 5만7019건으로 다시 늘었으나 지난해 4만2999건으로 급감했다.
구속영장 발부율은 2004년 85.3%에서 2005년 87.3%, 2006년 83.6%, 2007년 78.3%, 2008년 75.5%, 2009년 74.9%까지 내려갔다가 지난해 75.8%로 소폭 상승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본권 보호를 강조한 이용훈 대법원장이 재임한 6년 동안 공판중심주의와 불구속 수사 원칙이 강화되면서 구속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대법원장 교체 이후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