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대세습 후계자인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권력의 70% 가량을 넘겨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김정은의 위상과 영향력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6일 북한 관련 비영리 학술연구단체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NKSIS)가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권력은 김 위원장이 30%, 김정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70%를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은 NKSIS에 “현재 대부분의 북한 권력이 김정은에게 이양된 상태로 김정일이 사망하더라도 큰 급변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NKSIS는 김정은이 현재 유일 영도권 100%, 인사권의 70%, 재정권의 40%를 이양받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했다. 북한 하부조직의 보고체계를 관리 및 지도하는 유일 영도권은 주체사상에 기반을 둔 수령 후계자론과 선군정치론에 근거해 이미 100% 김정은에게 넘어갔으며, 인사권도 최고위급들에 대한 인사권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권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를 통해 군부에 대한 인사권을 독점하고 있으며, 금광 채굴사업이나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 같은 사업을 챙기면서 재정권도 이양받고 있는 중이라고 NKSIS는 설명했다.

하지만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 속도가 이처럼 빠르지는 않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김정일이 지난 5월 중국에 이어 최근 러시아까지 ‘장거리 외교행보’에 나서는 등 건강상으로도 아직 건재문제가 없음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프랑스의 르 피가로 신문은 9년만에 이뤄진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이 오랫동안 자신의 3남 김정은을 위한 권력 세습절차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다음 여전히 자신이 북한을 통치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무대였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70세의 김 위원장이 지난 5월 중국 방문 때 6000㎞의 여정을 거뜬히 버틴 후 이번에는 통통한 얼굴로 시베리아를 누비면서 자신의 복귀를 공식 확인시켰다”며 “(김 위원장이 수영을 즐긴) 바이칼호의 물이 기적을 일궈냈다”고 덧붙였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한 간담회에서 “김정은 중심의 후계 후견 세력들 간에 단기적으로 보완관계를 유지할 것이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견제와 갈등관계 형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유 교수는 김정일의 건강을 북한 권력구조 변화 예측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 보고, 김정일의 건강 악화에 따라 권력 통제력이 급속히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