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 서울시향의 유럽 4개국(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영국, 독일) 투어가 현지 청중의 열렬한 호응을 얻으며 순항중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로베코 서머 콘서트(19일), 오스트리아 빈의 그라페네크 음악축제(21일), 영국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24일)의 성공적인 무대를 거쳐, 오는 27일 독일 브레멘 음악축제만을 남겨두고 있다.
정명훈 감독은 24일 영국 에든버러 어셔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투어는 작년과 또 다르다. 매 연주마다 차츰 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분명한 건 투어가 오케스트라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중간평가를 내렸다.
시향의 연주에 대해서는 칭찬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그의 입에서 ‘잘했다’는 말이 나왔다. 그는 “한국 오케스트라의 기량이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 됐다”는 평가와 함께 “(해외에서 활동하는 대신) 20년만 더 일찍 한국 오케스트라를 맡아 노력했다면 지금쯤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투어에서 서울시향은 각 축제나 공연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레퍼토리를 준비했다.
첫 공연인 네덜란드 콘세르트헤바우홀 공연에서는 정공법을 택했다. 정 감독이 웬만해선 입지 않는 연미복을 입고 등장했을 정도로, 콘세르트헤바우홀 무대에 서는 것은 오케스트라의 실력을 가늠하는 시험대이기도 했다. 유럽 최고의 공연장으로 손꼽히는 이 곳에서 시향은 유럽인들에게 익숙한 드뷔시의 ‘바다’와 라벨의 ‘라 발스’, 그리고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6번 ‘비창’ 등을 앞세웠다. 까다로운 귀를 지닌 이곳 청중들이 일제히 기립으로 환호한 것도 시향에겐 기분좋은 신호탄이었다.
에든버러 축제는 ‘한국 오케스트라만이 할 수 있는 음악’에 집중됐다.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의 ‘슈’와 메시앙의 ‘잊혀진 제물’,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6번 ‘비창’을 택해 동양 음색의 진면모를 보였다.
특히 진은숙의 곡을 선정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는 그동안 서양 작곡가들 곡의 메신저 역할을 주로 해왔다. 이젠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작곡가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전통악기 생황을 활용한 이 곡은 현지 언론과 청중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축제 주최측은 서울시향에 다시 러브콜을 보냈다. 이로써 시향은 에든버러 데뷔 무대로 또하나의 성과를 남겼다.
정 감독은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오케스트라의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이렇게 투어를 떠나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다. 명성이 쌓이면, 언젠가 우리도 (베를린필 등)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를 대등한 위치에서 상호교류(exchange)하듯, 부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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