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던 현대자동차가 사상 첫 3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할 수 있었던 데는 사측의 통큰 보상 약속과 노조의 법에 따른 타임오프 수용이 결정적이었다.
회사는 사상 최대 실적에 걸맞은 역대 최고 수준의 보상을 제시함으로써 현장 직원들이 희망하는 실리를 챙길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노조는 전임자 수를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이는데 동의함으로써 사측도 염원하던 노사관계 선진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처럼 3년째 분규 없이 임단협 잠정합의가 도출됨에 따라 현대차는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큰 제안에 법에 따른 타임오프 시행 화답=올 현대차 임단협 사측 대표인 김억조 사장은 교섭이 진행 중이던 당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올 임단협에 회사 실적을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회사 사정을 노조도 알고 있는 만큼 실적에 걸맞은 합리적인 보상을 약속함으로써 협상이 불필요하게 길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협상이 시작되자 보상 수준이 아닌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시행이 걸림돌이 됐다. 노조는 개정 노동법을 부정하면서 237명인 유급 전임자를 그대로 유지해줄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전원 유급이 어렵다면 법정 유급 전임자 외에 나머지 모두를 무급으로 인정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전임자 수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자는 개정 노동법 취지를 거스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때문에 협상은 여름휴가가 끝난 이후에도 진통을 겪었고 노조는 25,26일 부분 파업을 강행키로 하는 등 배수진을 쳐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맞기도 했다.
다행히 타임오프에 대한 사측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한 노조가 법에 따라 전임자 수를 절반 이하로 줄이는 대신 사상 최대 보상, 계약직 신분으로 근무기간 1년 연장, 지역 내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1인당 20만원 상당의 재래시장 상품권 지급 등을 약속받음으로써 잠정합의안이 도출됐다.
▶조합원 투표 가결 유력=오는 26일 치러지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24일 새벽 노사가 합의한 잠정합의안이 확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작년 기본급 7만9000원 인상, 성과ㆍ격려금 300%+500만원, 무상주 30주 지급과 비교해 기본급은 1만4000원, 성과ㆍ격려금은 200만원, 무상주는 5주씩 각각 늘었고 재래시장 상품권 등 추가 혜택도 확보됐기 때문이다.
물론 다음달로 예정된 노조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이경훈 지부장의 재선을 저지하려는 강성 현장 제조직이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아 부결운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하지만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다가 사측으로부터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한 후 결국 합의안을 통과시킨 기아차 사례를 보면 결과를 뒤집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킨 후 불만을 품고 파업을 강행할 경우 700만원 상당의 무상주 35주를 받을 수 없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가결이 확실시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잠정합의안은 직원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함께 회사 발전을 위해 노사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 산물인 만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 @hamlet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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