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표지 밖으로 뛰어나올 듯한 붉은 강렬함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백석평전』에서 시인 백석을 사랑한 화가로 잘 알려진 몽우 김영진이 이번엔 이중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중섭을 훔치다>(2011,미다스북스)는 인간 이중섭의 예술과 삶에 대해 들려준다. 생동감 넘치는 작품 <흰 소> 로 알려진 이중섭이 아닌 드러나지 않은 그의 모습에 대해 만날 수 있다.
언젠가 방송을 통해 시인 구상과의 인연과 일본인 아내를 둔 가난한 화가 이중섭.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보내야만 했는지, 그림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의 그림 속에 존경한 백석의 시가 있었고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모든 예술가들이 그러하겠지만 작품을 통해서 삶을 보여주듯 이중섭도 자신의 그림을 통해 자신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일제의 억압에서 조선의 독립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가족에 대한 애끓는 그리움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도화지 한 장 살 정도 가난했지만 담배를 싸는 은박지에 그림을 그릴 정도의 열정이 있었다. 오직 그림만이 그를 위로하고 그를 살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화가는 화가 개인의 삶이 그대로 그림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을 소금과 같은 정결함과 고귀함을 지녀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썩지 않는다. 세상은 부패하고 있는데 이때 예술가가 해야 할 사명은 자신의 삶과 작품을 통해 세상을 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통해 좌절한 이에게 용기를 주고 방황하는 영혼에게 길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p. 222
몽우 김영진의 말처럼 ‘피카소’를 후원한 ‘바일러’가 존재했듯 이중섭에게도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다면 그는 많은 작품을 후대에 남겼을 게 분명하다. 천부적 재능을 지닌 이중섭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 세상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서라도 뒤늦게 그의 그림이 제대로 평가받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일까.
이중섭과 그의 모든 것을 훔치고 싶었던 몽우 김영진의 그림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몽우 김영진이 이중섭을 얼마나 흠모하는지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그가 사랑한 백석과 이중섭은 쓸쓸하고 외로운 삶이라는 고통 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백석평전』과 함께 읽으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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