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연준 FOMC회의
인플레보다 시장안정 우선
일각선 3차 양적완화 무게
시장개입 지구촌 기대 불구
美여건 고려 미봉책 그칠 듯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또 한 번 금융시장에 ‘매직 쇼’를 보여줄까.
선진 주요 7개국(G7)의 긴급 국제공조 성명 발표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8일 아시아 증시에 이어 유럽, 미국 증시까지 폭락을 면치 못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의 눈은 버냉키 의장의 입에 쏠려 있다.
‘블랙 먼데이’ 다음 날인 9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버냉키 의장이 어떤 카드를 내놓느냐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의 향배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유로존의 대마불사 이탈리아의 국가부도 위기로 빚어진 이번 위기에서 일단 급한 불인 시장의 패닉을 진정시키는 데는 이제 버냉키의 카드만 남았기 때문이다.
당초 월가에서는 지난달 말 미국의 1분기(0.4%)와 2분기(1.3%)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버냉키가 이번 FOMC 회의에서 하반기 미국 경제의 더블딥 우려에 방점을 찍고 오는 26일 열리는 연준총회인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3차 양적완화(QE3)의 시그널을 보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QE2를 단행했을 당시와 같은 궤도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 5일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70년 만에 강등하면서 사태는 급박하게 흐르고 있다.
8일 개장한 글로벌 증시는 이미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당시와 비슷한 패닉 상태에 빠진 분위기다.
버냉키에게 지금 세계가 원하는 것은 미국 경제의 더블딥 방지를 위한 저금리 지속이나 연준 국채의 지속 보유 약속 정도가 아니라 전 세계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한 비상대책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버냉키가 9일 QE3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해서 금융시장의 동요를 잠재우고, 필요하다면 긴급 시장개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버냉키의 선택은 글로벌 시장을 안정시키기보다 연준의 정책 여건을 고려한 현실적인 선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언론들은 이번 FOMC에서 미국 경기 전망을 또 하향하고, 제로금리 정책을 아주 상당기간, 예컨대 2013년까지 지속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거나 1, 2차 양적완화로 사들인 미국채와 주택담보채권을 상당기간 내다 팔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의 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긴박한 글로벌 금융시장 패닉을 진정시키기에는 미진한 수준이다.
‘버냉키의 마술모자에서 큰 토끼는 나오기 힘들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의 진단이다.
JP모건의 마이클 퍼롤리 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에 “버냉키가 9일 회의에서 QE3를 언급하긴 힘들다”고 전망했다. 현실적으로 QE2 이후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대로 올라와 더 달러화를 살포하기엔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야당인 공화당의 추가 경기 부양에 대한 정치적 비난이 만만치 않고, 또 그동안 QE2의 실효성에 대해 경제학자들로부터도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드먼삭스나 JP모건 등의 족집게 애널리스트들은 결국 버냉키가 곧 QE3를 천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에는 연준이 달러를 뿌리는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한두 달 후에나 걱정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금융시장은 급박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한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QE2 자체가 경기부양용이 아니라 미국채 붕괴 위기를 막기 위한 결정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경기부양효과 논란과 상관없이) QE3를 연준이 시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지난해 이맘때보다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더 낮고 당시와 달리 국제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진 상태를 고려하면 버냉키에게는 어떤 결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지희 기자/j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