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만난 4인조 여성 그룹 2NE1은 무대나 뮤직비디오 속에서와 달랐다. 차분하고 과묵했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한 리더 씨엘은 무대 밑 2NE1의 모습을 ‘너드(nerd)’란 단어로 요약했다. 영어 사전에 써있는 대로라면 ‘멍청하고 따분한 사람’ ‘컴퓨터만 아는 괴짜’.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오타쿠들. 평소엔 진짜 잘 못 노는 애들이에요. 회식 가면 분위기 깨는 스타일. 넷이서 구석에 모여 있고. 내재된 건 다 무대 위에서 푸는 것 같아요.”
2NE1이 서 있는 무대는 학교 장기자랑이 아닌 세계로 뻗는 K-POP의 중심이다. 지난 4월부터 차례로 한 곡씩 온라인 공개한 ‘론리’, ‘내가 제일 잘나가’ ‘어글리’등 5곡이 모두 음원 차트 정상을 밟았다. 지난달 31일 컴백하기도 전에 가요계의 고봉들부터 함락하고 시작한 셈이다.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연다. 다음달엔 일본 공략에 나선다. 컴퓨터 앞에서 일어난 네 명의 오타쿠가 큰 걸음을 내딛는다.
젊은 여성 그룹이지만 이들에겐 어쩐지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이 차지게 붙지 않는다. 이미지만 보면 강렬한 록 밴드에 가깝다. 여성 팬이 훨씬 많다. “여성 팬이 90%는 돼요. 저희도 공주 콘셉트로 나올 생각은 요만큼도 없어요. 그럴 일은 전에도, 앞으로도 절대 없어요.”
최근 히트곡에서 ‘내가 제일 잘 나가’라며 사자후를 뿜던 이들은 ‘론리’나 ‘어글리’에서 외롭고 자신감 없는 자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에겐 익숙한 상태라고. “무대가 끝나면 허전해요. 늘 무대를 내려올 때마다.”(씨엘) “무대 오르기 전 거울을 보며 주문을 외워요. ‘나는 박봄이 아니다’ 스스로라고 생각하면 잘 안될 것 같아서.”(박봄) “눈꼬리 화장을 좀더 그린다든지, 머리를 좀더 세운다든지 해요. 세보이고 싶을 때.”(산다라박)
이달 말 여는 콘서트 타이틀은 ‘놀자’다. 무대에 오르기 전 ‘2NE1 파이팅!’이나 ‘우리는 2NE1!’ 대신 이들은 손을 모아 이렇게 외친다고 했다.
“2NE1! 놀자!”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ㆍ사진 제공=YG엔터테인먼트